진짜 또라이
학창시절까지 우리는, 싫은 사람은 안 봐도 되는 사회 생활을 한다. 나랑 안 맞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억지로 거짓 웃음을 지을 필요가 그 때까지는 없었다.
처음으로 또라이를 만난 건, 군대가 아니었나 싶다. 싫은 사람과도 어울려야 하는 첫번째 사회 생활이 군대였다. 고참들은 다 어려운 존재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미친 놈들이 있긴 하다. 돌려서 비꼬는 놈, 대놓고 욕하는 놈, 안보는척하면서 가만히 보다가 중간 고참에게 쟤 손좀 보라고 시키는 놈. 미친놈 나쁜놈 이상한놈.
군대만 나오면 내가 속할 모든 조직이 합리적일 줄로만 알았다. 나의 단단한 착각이었다. 차라리 군대는 나았나 싶을 정도로, 회사에서의 또라이는 더 답도 없었다. 그 중 단연 1등은 앞뒤 안 가리는 또라이다. 그냥 무조건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고, 상대방 기분은 생각 안하고 막말 하는 또라이. 객관적으로 스펙도 좋은 사람이 그렇게 미친 건 왜 그러는 것일까. 너무 똑똑한데, 멍청한 대중들이 자기말을 못알아듣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그런 걸까.
쓸데없이 지랄하며 힘을 빼는 사람들을 보면 기가 빨리고 피곤하다가도, 저런 사람들이 저렇게 높은 자리에 있는 건 무슨 불공평함일까. 내가 더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일텐데 세상은 역시 착하면 손해보는 걸까. (내가 절대적으로 착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저런 사람들보다 정상이라는 것일뿐.)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하루 하루 회사 생활은, 어쩌면 똥 지뢰밭을 조심스럽게 통과하는 아슬아슬한 걷기일지도 모르겠다. 발레리나처럼 발가락으로 서서, 아주 사뿐 사뿐, 아주 조심스러운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