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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두세술 Apr 26. 2018

나를 기억해줘, 너를 기억할게

<Call Me By Your Name>

*스포일러 있습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스크린 속 엘리오가 사라진 후에도, 장작 소리는 관객의 곁에 남아 영화의 시간을 기억하게 한다. 엘리오는 올리버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되뇐다.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 그가 되뇌는 자신의 이름은, 당신을 사랑하며 당신과의 사랑을 기억한다는 말이었고, 나를 사랑하며 나와의 사랑을 기억하느냐고 묻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올리버는 “올리버.”라고 답하였다.  

 

출처 : 다음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은 남성간의 사랑을 특별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동성애에 관한 고정관념 속에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보통의 연인이 겪는 사랑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영화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처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다. 엘리오는 좋은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응원 받을 수 있었지만, 올리버는 사랑을 숨겨야했다. 이별해야했고 다르게 보이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그 이별에 대해 엘리오는 어떤 투정도 부릴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돌아오라’는 말이 아닌,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느냐’는 물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약혼 소식을 들은 그는 집을 박차고 나가지도, 숨이 차도록 자전거를 타지도, 계곡에 뛰어들어 헤엄치지도 않는다. 그저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고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를 들으며 그와의 시간을 온전히 기억한다. 그는 아버지의 말대로, 한때는 기쁨이었던 지금의 아픔을 지우려 애쓰지 않으며 자신이 느낀 감정과 시간을 간직한다.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은 일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별을 겪은 후에 더욱 선명해지곤 한다. 지나가는 이름 모를 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 적이 있다면, 그 새를  볼 때 헤어진 연인이 떠오르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 이름 모를 새는 어떤 영화가 될 수도, 어떤 골목이 될 수도, 어떤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엘리오에겐 자신의 이름이 그 이름 모를 새가 되었다. 엘리오의 이름은 올리버의 이름이 되었고, 올리버의 이름은 엘리오의 이름이 되었다. 서로가 없어도 그들은 항상 서로의 이름을 들을 것이며 서로를 기억할 것이다. 그들의 시간이,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서로에게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  


<call me by your name>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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