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와서 나만의 루틴이 깨지고 짜이는 스케줄에 맞춰서 살아왔었다. 그래서였을까? 몸은 점점 더 힘이 들고 분노와 예민함은 더 축척되고 있었다. 계획했던 나의 영주권을 향한 루트는 딜레이 되고 있었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더 많은 현타와 불안함이 나를 휩쓸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도중 타이밍 좋게 긍정적이고 우주 같은 마음을 가진 동생이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부터 함께 캐나다를 꿈꾸며 연락하던 친구였는데 나보다 먼저 캐나다를 와서 학교도 졸업하고 이쁜 외국인 여자를 만나 결혼까지 한 멋진 동생이었다. 한국에서 하던 일을 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의대를 목표하고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지금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서 영감을 받았을까?
내가 이것만 하기엔 사이즈가 너무 큰 사람인데
이 카톡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 나의 계획들이 있고 더 큰 곳에서 경험하고 싶어서 온 캐나다생활이 현재에 머물며 나의 그릇과도 결과도 다른 곳에서 아등바등 지내고 있음에 순간 머리를 찡-하게 박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내가 주도하는 나의 삶이 아니라 이끌려 다니는 삶 속에서 이리저리 많이 치이고 지냈었구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들과 일하며 훨씬 어른인 내가 어른임을 망각하고 지냈구나- 싶었다.
사람마다 삶의 속도가 다르고 때가 다르다고 믿으려고 노력했지만 난 믿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다시 한번 더 느낀 것이, 하필 삶의 터젼을 옮긴 지금. 한국에서 뜻밖의 감동적인 선물을 받고 친구에게 자극받고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나만의 시간을 다시 가지기로 한 이 "때"가 나에겐 지금이 그 "때"이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의 계획대로 되진 않았지만 지금이 나에겐 그 "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사람 만나는 게 좋아 만나면서도 그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내면을 더 다져서 다른 거는 지나가는 시간에 흘려보내고 비바람 속에서도 굳건하게 서있는 꽃나무(나의 사주다)처럼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온전한 나만의 기둥을 잘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국에서처럼 매주 바뀌는 일터의 스케줄에 휘둘리지 말고 이른 시간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나만의 시간. 잔잔한 클래식음악을 틀고 모닝커피와 함께 책 읽기. 짐을 줄이기 위해 ebook을 많이 보려고 하지만 역시 종이질감의 책을 따라 올 수가 없다. 딱 9시 정각까지만 읽고 영어공부를 해야겠다. 몇 주간 제대로 공부하지도 못하고 시험날이 다가왔으니 벼락치기라도 해야지. 어제 콜씩을 쓴 덕분에 오늘 공부할 체력이 있음에 너무 감사하니 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 하루 열심히 뿌듯하게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