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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ee Nov 15. 2023

여유롭지만 여유롭지 않은 요즘



캐나다에 산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확실히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엄청 여유롭다는 점이다. 긴 겨울이 끝나고 짧은 여름이 온터라, 사람들이 엄청 활발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뷰 좋은 곳들은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가득하다. 확실히 겨울보다 활기차다. 그래서인가 요즘 영어에 더 몰입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내 마음도 함께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가 얘기했던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나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것 같다. 내가 꿈꿔왔던 모든 일들을 현재의 내가 노력에 따라 마냥 꿈이 될지, 이룰 수 있는 계획이 될지 판가름이 날 텐데, 왜 간절하지 않은지. 내가 꿈꾸고 있는 것들이 사막 위의 오아시스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닌지. 현재에 이미 안주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오래 산 사람들 중에 영어 못하는 이들을 보며 "난 꼭 영어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을 하며 난 다를 거라 생각하면서도 정작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은 그들과 다를 건 없었다.







비자 때문에 한국에서 전혀 해보지 않은 업종을 선택하고 일을 하면서 몸은 힘들지만 어느샌가 익숙해지고 편안해져서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내가 꿈꿔왔던 큰 꿈들은 내팽개친 채 현재 몸 담고 있는 작은 터에서 감정과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지 말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 속에서는 미련이 계속 남아 있었나 보다.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넘기지 못하고 쉬는 날마다 다운타운을 벗어나 외곽으로 다녔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고, 멋진 풍경과 이쁜 집, 하늘을 보며 산책도 많이 했다. 한때 나의 별명이 “개복치”였는데 정말 단어 그대로 나는 일주일 동안의 스트레스를 휴무날 풀고 또 받고 무한 반복이었다.






줄어드는 비자 기간, 늘어나지 않는 자금, 촉박한 마음 등 많은 일들과 감정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명료하게 나에게 주어진 환경, 내가 그때그때 가지는 감정들을 정리하여 상황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 해야 할 일들만 집중하면 되는 문제였다. 이 간단하고 심플한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을까? 살면서 공부는 끊임없이 해야 한다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지구반대편으로 온 나는 캐나다에 살면서도 많은 것이 힘들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당장 내가 이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태풍의 눈 속에 서있는 것처럼 위태위태 해지고 있었다. 요즘에는 다시 정신이 번쩍 들어(지금이라도 느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 지금 당장 내가 부족한 것만 보여도 미래를 보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도 여전했지만, 아무래도 타지에 혼자 나와있다 보니 외로움이 커져 조절이 어려운 듯하다. 이곳에는 많은 외노자들이 많이 살지만 똑같은 케이스는 찾아볼 수 없으며 모두가 다 다른 케이스를 가지고 있다. 해서 모든 루튼이 비슷한 한국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가수 에일리의 말처럼 “사람은 저마다 속도가 있다. 자기 만의 속도로 가면 된다”라는 말이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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