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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저 열심히, 스스로 만족스럽게

by 중소기업직장인

인턴때의 좋지 않은 기억, 망해버린 첫 직장, 일년 가까이의 시간낭비와 돈 낭비, 그리고 받지 못한 월급. 이때의 너무 커다란 마음고생 때문일까요? 저의 두번째 직장은 아무런 탈 없이 중소기업을 알아가는 좋은 경험이 되었으며 회사생활에 대해서 기초를 잘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좋은 관계의 사람까지 만들어주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는 그 날까지 정말 문제가 하나도 없이 긍정적인 일로만 가득 했습니다.


두번째 회사에서 11개월 정도 지났을 때 생각하지도 못한 너무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인의 소개를 통한 이직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직 제의를 받은 회사는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계열사가 지분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중소기업 같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지금도 그 회사는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기회에 처음에는 이게 맞나? 라는 생각도 했지만, 고민의 시간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불과 일주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고민을 하고 바로 이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일 먼저 두번째 회사의 제 사수이자 인생선배님께 개인적인 식사자리를 만들어서 말씀드렸습니다. 처음에는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그래도 이내 좋은 표정으로 제 이직을 환영해 주셨습니다. 아마 제경우에는 1년 동안 잘 가르치고 사이도 좋아진 후임이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면 겉으로 좋은 미래를 기원해주더라도 또 다른 사람을 뽑아서 하나하나 가르칠 생각에 속이 바짝 타 들어 갈 것 같습니다. 그분은 그런 내색 한번 없이 응원해 주셨지요.


그 이후로는 진행이 일사천리였습니다. 뒤를 이을 직원도 빠르게 뽑혔으며, 여러가지 정리해둔 문서를 기반으로 인수인계도 잘 마무리했고, 환송회 역시 선물도 받으면서 좋은 분위기로 아주 잘 진행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제 중소기업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가장 즐거웠던 1년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꼭 한번은 경험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있었던 장소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도 인정을 받고 이동을 하게 되었다.’

직장인으로써 느낄 수 있는 좋은 것 들 중 매우 높은 수준의 만족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의 퇴사와 이직의 경험은 온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고 내 인생이 앞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너무너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을 주었고, 주변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았으며, 너무 좋은 기분에 취할 것 같은 제인생의 대단한 사건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냉정하게 그때와 약 2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제 시선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1년 경력, 제가 아는 사람이 중소기업에서 1년 경력만 쌓고 이직한다고 하면? 지금의 저는 100% 다시 생각하라고 조언할 겁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고작 1년 경력으로는 중소기업의 사회생활을 경험해 봤다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회사마다 산업도, 근무환경도, 업무도 다르니 그냥 일이란 걸 해봤다, 회사라는 조직을 경험해봤다 외에는 큰 효용성이 없지요. 최소 3년~5년은 있으라고 강력하게 설득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런 조언을 해주시는 분이 없었으며 또한 제가 뭘 알았겠습니까? 그 당시의 현실보다 더 좋아진다고 하니, 구체적으로 급여도 더 준다고 하고 회사도 더 크고, 인원도 더 많고, 복지도 좋아 보이니 옮기는 것이죠.


채용사이트에 1년 경력의 직원을 뽑는다고 되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회사에서 어떠한 사정이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보지만 글쎄요, 그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아서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일 자신이 없는 걸까요?


제가 인사 업무를 직접적으로 진행한 적은 없으나, 간혹 결원이 생겨 채용을 진행하게 될 때 그 업무가 특히 단순 사무업무라면 '그냥 1년정도 일해본 사람으로 뽑지?' 라고 상사가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10년 넘게 인사분야에서 일을 하신 분 역시 사원급의 직책을 뽑을 때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보다 1년 경력을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조직과 업무의 경험에 대해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이기위해 1년 경력자의 채용을 희망하고 1년의 대가를 신입사원보다 차별성 있게 제공하겠다고 하는 기업의 의도가 확실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제 경험상 신입사원과 1년 경력직 신규사원의 급여 수준을 비교해본다면, 그 급여차이는 신입사원이 1년차 사원이 되어서 받는 급여의 상승폭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그러면서 어 그래 1년 경험해봤으니 신입사원처럼 하면 안된다, 경험이 있으니 일을 잘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라, 등등 요구하는 것은 또 많습니다.


이는 중소기업의 다소 불편한 현실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기업의 수요에 의해서 발생하는 채용이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취업희망자가 존재하므로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겠지요.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를 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분명히 존재하니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손해가 되지 않을 것인지 그 상황에 맞게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는것만 생각합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또 경험을 쌓고 보다 현명해질 것입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가 더욱 노력해서, 보다 신중하게 입사할 기업과 수행할 업무를 선택하고, 열심히 업무를 진행하며 경력을 쌓는다면, 그래서 우리가 능력 있는 회사원이 된다면 우리의 발전을 통해서 사회도 경제도 중소기업들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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