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간만 근무하고 망해버린 첫번째 회사,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직해버린 두번째 회사. 하지만 드디어 세번째 회사에서 1년 이상 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한가지를 자연스럽게 알게되었습니다. 바로 업무의 유사성 이지요.
누구나 회사에서 1년을 생활한다면 많은 업무들이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닌 시간이 오래 될수록 각종 업무에 익숙해지고 수행하는 데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사회에 나온 후 이러저러한 시간 낭비 때문에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현실적으로 동일한 업무가 반복되어진다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함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러한 익숙해진 환경 속에서 우리에게 별다른 갈등이나 감정의 동요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연하게도 가능한 오랜 시간 그 회사에 다니기를 원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세는 숫자가 늘어날 수록 익숙함에 길들여지며 어느정도 높은 자리까지 올라 많은 사람들의 칭찬과 감사속에 은퇴하는 경우를 상상하기도 합니다.
'익숙함'은 우리같은 중소기업직장인에게 큰 안정을 주는, 마음이 편해지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것도 항상 좋은 일로만 남을 수 없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익숙함이 때로는 함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의 익숙함은, 특히 익숙한 업무를 오랜 기간 전담하여 진행했다면 일종의 업무적 고집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특정 업무 분야를 총괄하여 책임지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업무적 고집은 생겨납니다.
‘원래 그런 거야’ 라는 표현과 함께 말이죠.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를 자신이 지속적으로 수행했으며, 그 업무의 성과도 무난하고 여러 사람이 인정하는 적절한 결과가 발생할 경우 그 업무의 최고 스페셜리스트는 자기 자신입니다. 누구도 그 업무에 대해서 문제삼지 않으며 간혹 환경이 변하면서 업무의 개선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동안 해온 원래 그런 업무라는 이유로 개선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환경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별도의 평가 방법을 추가로 요청하기도 합니다. 지속적으로 진행했던 업무고 당장은 대체할 방법이 마땅하게 없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딱히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함정이 발동하게 됩니다.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하던 일만 고집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계발을 통한 개선이나 발전이 없는 사람으로 찍힐 수도 있지요. 심각하게는 회사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독단적으로 처리하거나 어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회사에 반복되는 업무가 존재하지 않고 계속 변화되고 새로워지는 업무만 있다면 취업시장에서 경력직이란 것은 그 의미가 없겠지요. 업무를 해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익숙하게 유사한 업무를 처리하고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경력직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워지는 업무만 진행되어 업무경험이 필요 없는 환경이라면 그 장점이 제 역할을 못할 겁니다. 업무수행에 필요한 도구를 다룰 수 있는 비교적 급여가 적은 젊은 친구들이 훨씬 회사에 도움이 되지도 모릅니다.
업무적 익숙함에 취해 기존체계만 고집한다면 오히려 상사의 변화욕구를 더욱 자극시킬 수 있습니다.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기업도 변화하여야 하지만 기존 것만 고집한다면 당연히 실적이 저조할 수 밖에 없겠죠. 물론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유행이 돌때까지 버틸 수가 없을 겁니다. 따라서 기존체계만 고집하는 그 업무에 한해서는 경력직을 내보내고 싶은 환경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업무적 익숙함도 지속적인 변화도, 극단적인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업무적인 익숙함을 경계하고 지속적으로 인정도 받으면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원래 그래’를 머리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세상에 원래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익숙해진 업무를 서서히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유지해야 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회사는 영속적인 이윤추구를 위해 지속적인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이익 창출 수단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업무의 개선은 기업의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대기업의 경우 업무의 기준이 변경될 경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거대한 체계변화가 야기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감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변화에 대해 비교적 빠른 적응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업무개선은 팀장과 임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분야이며 거의 대부분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업무개선은 참 좋지만 늘 어떻게 해야 개선되는지가 문제입니다. 너무 복잡하지 않게 시작해 봅시다. 간단하게 보고대상자와 업무 유관직원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경험 상 업무개선을 하기위해 의견을 부탁하면 누구나 기꺼이 여러 의견을 제공하며, 더러 해결책까지 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자신의 주장을 섞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전체를 바꾸지 말고 일부분부터 조금씩 개선을 진행하세요, 그 업무를 진행하는데 1분이라도 시간이 단축되거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사항이 한 건이라도 추가된다면 개선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업무의 반복을 경험하신 여러분은 이제 신입이 아니므로 어렵지 않게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업무를 개선시키기 위해 간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며, 불필요한 업무로 만들어서 다른 업무로 대체하는 것 역시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제 시작하는 중소기업 직장인 여러분, 업무개선을 꼭 머리속에 넣어두시기 바랍니다. 특히 이제 신입을 벗어나 반복되는 업무의 굴레에 들어오신 경력자분들! 드디어 본격적인 회사원의 고충에 한발 다가오셨음을 환영하고, 위로하며 또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