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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브홍 Sep 09. 2019

ep.4 레드불400

Challenge Your Limit


    "스키점프 슬로프를 거꾸로 뛰어 오르는 레이스?"


    지난 수개월 동안 극한의 레이스라 불리는 '레드불400'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 해 오고있다. 2011년 9월, 레드불 관계자가 스키점프대를 바라보며 거꾸로 뛰어 오르는 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처음 시작 된 레드불400 이, 현재는 18개국에서 개최되는 명실공히 글로벌 챔피언쉽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선수들과 함께 새시즌이나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을 한적은 있지만, 기업에서 기획한 레이스에 맞춰 훈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건 이번이 개인적으로도 처음 이었기때문에, 흥미로운 점도 많았고 이 준비 과정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과 공유 해보고 싶었다.


    내가 담당하게 된 부분은 레드불400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1주일에 한번씩 오프라인 트레이닝 캠프를 열어 참가자들이 조금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레이스를 준비하는 것을 돕는 역할이였다. 총 17주의 기간동안 캠프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첫째는 일주일에 하루라는 한정 된 기회에서 최대한의 효율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계점과 둘째는 매주 새로운 참가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Progression 의 형태로 훈련 프로그램을 디자인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4TP Fitness 에서 이루어진 트레이닝 캠프 사진


<분석>


    누구와 어떤 훈련을 하더라도 최선의 목표설정 (Goals) 을 하기 위해서는 퍼포먼스에 대한 분석이 첫번째로 이루어 져야 하는데, 여기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주된 훈련 요소 (Quality) 들을 설정 하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우리가 흔하게 부르는 퍼포먼스란 상대성을 지닌 개별적 목표를 의미하는데, 이는 마치 세계신기록을 세우거나 삼대중량 500kg 를 달성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이 설정한 목표 그자체를 의미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어떤이에게는 이번 레이스의 완주가 목표라면, 누군가는 한국 초대 기록보유자가 되는 것일 것이다. 하여 불특정 다수를 동시에 훈련시켜야 하는 단체 훈련에서는 좀 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이번 레드불400 트레이닝 캠프에서는 '안전' 과 '기록' 두가지를 테마로 훈련을 진행 하고자 했다.


    총 거리는 트랙 한바퀴 (400m) 정도로 그리 길지 않지만 문제는 서서 오르기 힘들정도의 급경사이다. 레이스는 최고 75% 정도의 급경사를 뛰어 올라야 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급경사 스키 슬로프 (70~80% 정도) 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스키 슬로프를 실제로 뛰어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 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비유를 하자면, 등산을 할 때 마지막 깔딱 고개가 400m 정도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거나 40층정도 되는 높이의 건물을 계단으로 뛰어 오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실감이 갈 것이다. 여기서 첫번째 가장 중요한 목표인 참가자 모두가 안전하게 완주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예측이 가능한 부상을 대비하는 것이다.



<Ankle, Knee, Hip.. and Triple Extension>


    참가자의 대부분이 익숙하지 않은 급경사에서 이루어 지는 짧고 굵은 레이스라는 점을 고려하여, 몇가지 주의할 점을 예상 해 보았는데, 첫번째는 발목, 무릎, 고관절을 함께 활용하면서 지면을 차고 나가야 하는 Triple Extension 의 효율성 이였다. 달릴 때 효율적인 근력/파워를 위해서는 지면과 근접한 세가지 큰 관절에서의 움직임이 함께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서 트리플 신전으로 불리는 이 동작은 우리들이 흔하게 알고 있는 런지, 스쿼트, 힌지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트리플 신전 동작은 레드불400 레이스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장 많은 (600~800번) 반복이 일어나기 때문에, 누구나 근 피로가 과다 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무리한 근 수축이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Muscle Strain (근파열) 이나 Muscle Spasm (근경련) 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에 어느정도 대비하기 위해서는 급경사에서 내몸을 이겨낼 수 있는 기초이상의 근력의 준비가 필요하다. 근력에 있어서 Notable Change (확인 가능한 정도의 변화) 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주1회 이상 근력 훈련을 할 경우 보통 6~8주 정도를 이야기 하고 있으며, 반복된 훈련에서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관련 관절들의 관리 프로그램 (가동성과 안정성) 훈련이 필수로 포함 되어야 한다. 레이스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 해가기 위해서 근력 훈련의 강도는 매 세션 중-고강도로 설정 하였으며, 에너지 시스템의 경우 Fast & Slow Glycolysis (해당과정) 가 포함 될 수 있도록 운동을 설정 하였다.


<Training Qualities: Triple Extension>

- Mechanics / Efficiency: Prevention of Compensation

- Ankle Mobility -> Stability

- Knee Stability -> Mobility

- Hip Mobility -> Stability

- Strength: Moderate to High Intensity

- Energy System: Anaerobie-Aerobic (Fast & Slow Glycolysis)

- Power Consideration: Moderate to High Intensity (Speed Production)

- Progression: Bilateral -> Unilateral



<Core!>


    이어서 생각 할 수 있는 요소에는 역시 코어를 빼 놓을 수가 없다. 트레이너라면 모두 공감하는 말이겠지만 비전공자 분들을 위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어란 식스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Bicep Curl 을 많이 한다고 해서 140km의 직구를 던질 수 없고, 스쿼트를 잘한다고 해서 달리기가 빠른것이 아닌 것 처럼, 단지 크런치를 많이 한다고 해서 퍼포먼스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장 대중적인 코어의 정의는 골반에서 견갑골 까지 이어지는 팔다리를 제외한 몸통의 대부분을 코어라고 볼 수 있으며, 그 기능에는 크게 네가지 1) 전체적인 움직임에 있어서 상/하체의 연결, 즉 안정성을 만들어 주는 역할, 2) 안정성을 기반으로 힘의 Elastic Recoil (탄력반동) 을 만들어 내는 일, 3) 파워 혹은 가속의 Initiation (시작) 을 만들어 내는 일, 마지막으로 4) 다면 (Multi planar) 의 방향성에서 감속을 통해 Distal (중심에서 먼 부위) 의 충격을 감쇄 해주는 역할이다. 예전에 EXOS 의 창업자 Mark Verstagen 이 "근육에 집중된 훈련이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움직임에 기반을 둔 모든 운동은 근육을 사용한다" 라고 언급하였듯이, 복근을 만들거나 단순히 특정 운동을 잘 하는 것이 좋은 퍼포먼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코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훈련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나 역시 멋진 복근을 가지고 싶은 한사람이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위와 같은 이유로 이번 트레이닝 캠프의 목적은 식스팩이 아니였다. 멋진 몸을 만드는 바디빌딩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다루어 보기로 하자.


실제 트레이닝캠프의 1일 훈련 프로그램


    적게는 20명정도에서 많게는 5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모여 60분이라는 한정적인 시간동안 훈련을 하다보니, 코어 훈련을 위해 따로 시간을 부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여, 근력이나 ESD 프로그램 속에서 코어가 함께 활성화 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려고 노력했다. 그 첫번째 방법으로는 각 운동의 베이스 자세에서 코어가 활성화 될 수 있게끔 운동을 커스터마이즈 하는 것이다. 하이 플랭크 자세에서 덤벨로우를 진행하여 Base of Support (BOS: 기저면) 의 하나를 줄여 코어의 활성화와 함께 상체 당기기 운동을 진행하거나, 싱글 레그 운동을 할때 무게 중심을 한방향으로 더욱 싣도록 하여 엉덩이 근육의 활성화를 극대화 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두번째로는 Bilateral (양방향) 운동에서 Unilateral (한방향) 운동으로 발전 시켜가는 것이 있다. 두발로 서있을때 보다 한발로 서있을 때 우리의 코어는 더욱 높은 활성화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근력이나 파워 훈련에서 코어의 개입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코어를 자동차에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흡기와 배기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레이싱의 팬으로서 이해가 쉽다고 생각하였는데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파워의 시작은 흡기에서 배기로 끝난다고 볼 수 있고, 머신의 성능을 높일 때 가장 먼저 튜닝을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원하는 움직임에서 코어를 잘 활용 하게 된다면, 효율적으로 근파워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Running Mechanics: Wall Drill>



    레드불400의 공식 세계신기록은 남자부문이 프랑스의 트레일러닝 선수 Jakob Mayer 이 세운 2분 48초, 여자부문은 미국의 동계 크로스 컨트리 선수 Judith Wyder 가 세운 3분 39초이다. 트레일 러닝이나 크로스 컨트리 모두에게 익숙한 스포츠가 아닐지 모르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두 선수의 스포츠 배경 모두 일반 러닝에 비해 높은 강도로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을 공통점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특징들에서 이야기 해주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었던 요소는 Body Mechanics (기술적인면) 의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아무리 급경사 이더라도, 누구나 앞으로 뛰어 올라가는 기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 훈련은 조금 더 좋은 기록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하는 추가 훈련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맞다.


    추천하는 운동은 벽에 기대서 하는 Wall Drill 이라는 훈련인데 혹시 훈련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확이해 보시기를 바란다 (https://www.dropbox.com/s/yqojw8h9jf9ul1u/Red%20Bull%20400%20Training%20wall%20drills.mov?dl=0). 달릴 때의 경사를 벽에 기대는 것으로 표현하여 진행하는 훈련으로, 보통의 경우는 Isometric -> High Intensity Stability -> Eccentric to Concentric (Power) -> Dynamic 의 단계로 진행을 하며, 러닝에 포함 된 여러 관절들과 코어를 포함한 관련 근력들을 함께 훈련할 수 있는 효과적인 훈련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요소들이 함께 포함이 되어있는 만큼 운동을 잘못 이해하고 진행하기 쉬우니 주변에 숙련된 트레이너 혹은 경험자와 함께 훈련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마무리..>


    비록 필자는 한명의 트레이너 일 뿐이지만, 스포츠 업계의 종사자로서 레드불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 과학 처럼 Behind the Scene (이면의) 전공 분야에도 근본적인 관심을 가져 주는 흔치 않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은 2014년 미국에서 레드불 소속의 자전거 선수들을 모아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의 모습인데, 세계의 스포츠 과학 전문가들이 4명의 선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보기 드문 사례라고 생각한다. 레드불이라면 보통 익스트림 스포츠를 많이 생각하는데, 그 이외에도 현대 스포츠에서 레드불은 굉장히 큰 입지를 가지고 있다. 90년대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스트릿 스포츠 (Skateboarding, BMX etc), 모터 스포츠 (F1 Formula Race, MotoGP etc), 아웃도어 스포츠 (Trail Running, Kayaking, Climbing, Basejumping etc) 등 다방면의 스포츠들을 수면 위로 끌고 나와 세상에 그 매력을 소개하는데 큰 일조를 하였고,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체택된 비보잉을 대표하는 BC One 이나, 최근 광주에서 열린 FINA 세계 수영선수권 대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하이다이빙 역시 레드불 Cliff Diving 을 통해 재해석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참여 하게 되어 영광이였고, 함께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준 KINETIQ 팀과 즐겁게 운동을 즐겨주신 참가자 여러분들 그리고 귀찮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만들고 배려해 준 레드불 마케팅팀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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