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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Jul 30. 2019

누추한 집으로 엄마가 왔다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새벽 1시 30분


 몇 시간 뒤면, 엄마가 온다. 누추한 나의 집으로. 딱 반년만이다. 김해 진영에서 광주까지 이른 새벽부터 고속도로를 타고 올 예정이다. 평일이라 나는 정상 출근. 엄마가 마주해야 될 집은 고요하겠지. 착실하게 쌓여있는 집안일은 덤이다. 긴 한숨을 내쉴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도통 잠들지 못했다. 결국 뒤척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일손을 돕자. 새벽부터 밀린 세탁물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했다. 이런 노력으로 엄마가 해야 될 일들이 현저히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뒤늦은 수습 후에야 잠깐이나마 잠들 수 있었다.


 4년이다. 집을 떠나 홀로 생활한 지가 그렇게 돼버렸다. 낯선 타지 생활의 시작. 첫 독립이자, 나만의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미묘한 떨림과 허전함. 고단한 하루를 정리하고 돌아왔을 때, 어두컴컴한 방을 보며 한참을 서있었던 여러 순간들. '한번 키워봐'라는 말과 함께 선물 받은 아기 고양이 로망이(러시안 블루, 2살 암컷). 남루한 공간에 겹겹이 쌓이는 책들과 크고 작은 사연들로 등장하는 사진과 액자 외 잡동사니.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나만의 공간을 형성하고 구축하며 무엇인가를 쌓고 있었다.




 감기 몸살로 며칠을 앓아누웠던 적이 있다. 몸과 마음의 컨디션은 동일한 걸까. 집안 천장을 무심히 바라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동안 성장하였는가. 집을 떠나 이곳에서 생활하며 느낀 결론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당장 무어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결론지었다. 조금 더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기회가 되면 또 묻자. 스스로 토닥거렸다.


 "집안일 다 했으니까, 슬슬 가보련다."

 "퇴근하고 바로 갈 테니까, 같이 밥 먹고 가자. 기다려봐. 아, 그리고 맛있는 거 먹자. 사줄게"

 "됐다, 고마. 집에서 반찬이랑 이것저것 챙겨 왔으니까 대충 해결하자."

 

 그날 밤,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특별한 반찬은 없었지만, 맛있었다. 온기가 느껴졌다. 기운이 났다. 문득 엄마를 바라봤다. 물끄러미 몇 초를 바라봤다. 그러다 말았다. 나도 늙었나.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결같은 사랑 덕분이겠지. 그게 느껴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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