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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May 20. 2020

독서 근황

김수영과 최인훈,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그리고 <인간실격>

오늘도 어김없이 빈 페이지에 문장을 만든다. 만든 첫 문장을 시작으로 천천히 하나씩 써간다. 가끔 무엇인가에 홀린 듯 막힘 없이 쓴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머뭇거리기 일쑤다. 그러다 문득 '오늘은 읽는 근황을 써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작년부터 구입한 책들이 잔뜩 쌓여 있다. 김수영 전집을 시작으로 스무 권이 넘는다. 그중 현재 진행형으로 읽고 있는 책은 세 권이다. 로널드 B. 토비아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불의 기억 1> 그리고 최인훈의 <광장>이다.


어제는 퇴근하고 아들에게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어줬다. '1장 필리어스 포그와 파스파르투, 주인과 하인이 되기로 합의하다'까진 순조로웠다. 동그란 눈으로 나를 살피며 경청하는 녀석이 귀여웠다. 하지만 두 번째 챕터로 넘어가고 몇 문장 읽고 나니 울상이 돼버렸다. 더 읽고 싶었지만 그대로 멈췄다.


읽고 있지만, 일정한 패턴 없이 집중하는 독서방식이라 가끔 스스로 불편할 때가 있다. 책을 읽는 대부분의 시간은 점심 먹고 짬을 내 읽거나, 퇴근 전 업무를 끝마친 후, 가끔은 장거리 운전 중 휴게소에서 들려 읽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남은 시간이 발생했을 때 읽는 게 전부라 그런지 마지막 책장까지 덮는 일은 쉽지 않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즐겁게, 깊이 빠져들어 읽었던 책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나는 소설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 일찍이 고전이라며 주변에서 읽어보라 아우성이었지만 멀리 했던(?) 책이었는데 그것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날이었는데, 영풍문고에서 핸드북으로 나온 그 책을 발견하고 대충 훑어보다 그대로 구입했다.


버스로 3시간 남짓 안 걸리는 시간이었지만, 도착하기도 전에 다 읽어버렸다. "참 부끄러운 생애를 보내왔습니다."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이라는 부분도 좋았다.


앞서 언급한 최인훈의 <광장>도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아껴가면서 읽겠다고 다짐했던 부분이 큰 탓인지, 너무 아껴가며 읽어서 탈이다. 남은 5월은 마저 다 읽고 기록해야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빈 페이지를 시작으로 이렇게 짧고도 긴 글을 완성했다. 성공이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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