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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Aug 27. 2020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지겨운 마스크은 그만 벗어던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들로 가득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여행 사진들과 글을 살펴보다 2014 9 11일에  내용이 가슴에 닿았다. 수십 번을 봐왔던 드라마의 내레이션 내용인데 그땐 그저 좋아서 기록하였으나, 지금 다시 읽고 보니  다른 감정들로 채워진다.




일상은 고요한 물과도 같이 지루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일어나려 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


행복과 불행은 늘 시간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나도 약하여서 어느 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화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달아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고통으로 채워진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 없인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경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는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_연애시대(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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