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지겨운 마스크은 그만 벗어던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들로 가득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여행 사진들과 글을 살펴보다 2014년 9월 11일에 쓴 내용이 가슴에 닿았다. 수십 번을 봐왔던 드라마의 내레이션 내용인데 그땐 그저 좋아서 기록하였으나, 지금 다시 읽고 보니 또 다른 감정들로 채워진다.
일상은 고요한 물과도 같이 지루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일어나려 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
행복과 불행은 늘 시간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나도 약하여서 어느 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화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달아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고통으로 채워진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 없인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경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는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_연애시대(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