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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Sep 20. 2020

몸과 마음의 건강

그리고 글쓰기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독서와 글쓰기 모두 건강한 신체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활동이다. 글쓰기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글쓰기가 우아한 정신노동이라는 편견은 글쓰기의 노동 강도를 과소평가해서 생긴 오해다.

_<사적인 글쓰기> 저자 류대성


9월 14일 월요일. 새벽 내내 아팠다. 배를 움켜쥐고 뒹굴거렸다.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그렇게 방황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일어섰는데, 새벽 4시 30분이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쥐어짜듯, 명치 쪽이 아팠다. 역류하는 속을 붙잡고 아내와 아이가 혹여나 깰까 봐 조심조심 출근복장 채비로 밖을 나왔다. 집 앞에서 몇 차례 구역질을 하다 그대로 출근했다.


출근 후 두 시간이 지났지만 상태는 더 악화됐다. 결국 병원을 방문했다. X레이, 초음파, 위내시경 순으로 검사받았다. 수액도 덩달아 맞았다. 수면 내시경을 끝내고 눈을 떴는데, 속상했다. 허무하다고나 할까. 직접 추진하고 움직여야 될 많은 일들을 코앞에 두고 중요한 때에 약해져 버린 내 몸이 미웠다. 이후,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내 병명을 들었다. '급성 위염'이었다.


무료해 보이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피며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나 봐요?"라고 묻는 의사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여러 일들이 산재되어 있고, 다양한 난관에 직면해 있지만, 결코 그 모든 것들을 스트레스로 치환하고 싶지 않았다.  "2주분 약 처방해드릴 테니, 잘 챙겨 드시고 그래도 불편하시면 또 오세요."라고 의사는 말했다. 말할 힘도 없어 고개만 짧게 숙였다.


누워서 메모장에 글을 남겼다. '속상하다.'라고.

처방받은 약은 제때 먹었다. 3끼는 죽으로 대체했고, 저녁이면 아내에게 허락을 구하고 산책(겸 조깅)으로 몸을 풀었다. 크게 한번 아프고 나면 여러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더 건강을 잘 챙겨야 되겠구나, 라는 당연한 결심과 함께 이제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는 부분을 더 확 느낄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나를 반기는 아이에게 아픈 표정을 내비칠 수 없어 웃픈 표정으로 인사했는데, 마음이 좀 그랬다.


지금은, 훨씬 몸이 가볍다. 역류하던 위는 고요하다. 죽에서 밥으로 넘어왔다. 여전히 소화하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 무엇보다 이렇게 글로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도저히 피폐해진 몸상태에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을 쓰는 것도 단순히 마음의 체력뿐만 아니라 몸의 체력도 중요하구나,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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