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글쓰기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독서와 글쓰기 모두 건강한 신체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활동이다. 글쓰기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글쓰기가 우아한 정신노동이라는 편견은 글쓰기의 노동 강도를 과소평가해서 생긴 오해다.
_<사적인 글쓰기> 저자 류대성
9월 14일 월요일. 새벽 내내 아팠다. 배를 움켜쥐고 뒹굴거렸다.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그렇게 방황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일어섰는데, 새벽 4시 30분이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쥐어짜듯, 명치 쪽이 아팠다. 역류하는 속을 붙잡고 아내와 아이가 혹여나 깰까 봐 조심조심 출근복장 채비로 밖을 나왔다. 집 앞에서 몇 차례 구역질을 하다 그대로 출근했다.
출근 후 두 시간이 지났지만 상태는 더 악화됐다. 결국 병원을 방문했다. X레이, 초음파, 위내시경 순으로 검사받았다. 수액도 덩달아 맞았다. 수면 내시경을 끝내고 눈을 떴는데, 속상했다. 허무하다고나 할까. 직접 추진하고 움직여야 될 많은 일들을 코앞에 두고 중요한 때에 약해져 버린 내 몸이 미웠다. 이후,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내 병명을 들었다. '급성 위염'이었다.
무료해 보이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피며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나 봐요?"라고 묻는 의사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여러 일들이 산재되어 있고, 다양한 난관에 직면해 있지만, 결코 그 모든 것들을 스트레스로 치환하고 싶지 않았다. "2주분 약 처방해드릴 테니, 잘 챙겨 드시고 그래도 불편하시면 또 오세요."라고 의사는 말했다. 말할 힘도 없어 고개만 짧게 숙였다.
처방받은 약은 제때 먹었다. 3끼는 죽으로 대체했고, 저녁이면 아내에게 허락을 구하고 산책(겸 조깅)으로 몸을 풀었다. 크게 한번 아프고 나면 여러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더 건강을 잘 챙겨야 되겠구나, 라는 당연한 결심과 함께 이제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는 부분을 더 확 느낄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나를 반기는 아이에게 아픈 표정을 내비칠 수 없어 웃픈 표정으로 인사했는데, 마음이 좀 그랬다.
지금은, 훨씬 몸이 가볍다. 역류하던 위는 고요하다. 죽에서 밥으로 넘어왔다. 여전히 소화하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 무엇보다 이렇게 글로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도저히 피폐해진 몸상태에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을 쓰는 것도 단순히 마음의 체력뿐만 아니라 몸의 체력도 중요하구나,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