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지 5년째다. 글쓰기를 향한 열정과 괴로움이 공존하던 때였다. 극에 치달았을 때, 우연히 발견한 이곳에서 나는 자주 넋두리를 쏟아냈다. 꾸준하게 쓰지 못하는 이유를 시작으로 푸념만 늘어놓았다. 그렇게 쓴 글을 다시 읽고 또 괴로워했다. 반복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주 금요일 밤이면 모든 일정을 소화한 뒤, 가벼운 옷차림으로 환복 후 카페를 찾았다. 맥북을 켰고, '냉정과 열정사이' OST를 틀었다(나름대로 글쓰기 전 루틴이었다). 깜박이는 커서를 한참 바라봤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쓰면 좋을까, 하고 쓴 커피를 여러 번 삼켰다. 눈을 비벼가며 무언가를 썼다.
가끔은 쓰기를 멈추고 미리 다운로드하여 둔 영화를 시청하곤 했다. 혼자 웃다가 울다가. 꼴사나웠다. 수십 번을 봤던 <냉정과 열정사이><어바웃 타임><세렌디피티><국화꽃향기>에 한참 빠졌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기운을 느껴 주변을 살폈더니 옆 테이블의 여성분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멍청해 보여도 뭔가를 해내라."
<세렌디피티> 속 주인공의 대사만 쫓았는데, 늘 옆에서 따라다니던 친구가 단호한 어조로 말하던 장면이 가슴에 톡 들어왔다. "멍청해 보여도 뭔가를 해내라."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덕분에 나는 이후로도 빈번하게 멍청하지만 뭔가를 시도하고 부딪쳤다.
위태로웠지만 멈추지 않았다. 매번 성공할 순 없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2018년 8월 내가 쓴 [꿈이 후회로 남을 때 사람은 늙는다]는 글은 결국 나를 위로하는 글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해보자고. 해낼 수 있다고. 그 덕분에 어느샌가 이곳에서 200번째 글을 맞이했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