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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Apr 08. 2021

글이 나를 거부할 때

춘프카가 들려주는 글쓰기 슬럼프 극복 노하우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휴대폰 알람시계가 13시를 알렸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종종 점심때 밥 대신 글을 쓰곤 하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경쾌한 타자음을 뽐내는 날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쓰다 멈추길 반복한다. 책상 옆 김밥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그날도 ‘작가의 장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착실히 찾아오는 이 벽 앞에 고개를 숙였다. 살짝 우울해졌다. 강원국 작가님이 언급하신 ‘작가의 장벽’에 대해 다시 읽어봤다.


작가의 장벽이란 게 있다. 글을 쓰다 보면 반드시 슬럼프가 찾아온다. 한 줄도 써지지 않는 상황에 내몰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아쿠타가와 로노스케, 가와바타 아스나리, 김소월 등 많은 작가가 창작의 고통에 신음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가의 장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슬럼프를 뛰어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

[강원국의 글쓰기]


‘글 쓰는 사람이라면 슬럼프를 뛰어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는 문장에서 멈췄다. 나만의 방법이라. 그게 있어야 지속 가능한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힌트. 스스로 어떤 방법을 체득했을까 잠깐 생각해봤다. 유명 작가는 아니지만, 막힐 때마다 다시 뚫고 나가는 몇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나를 닮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심스레 고백한다.





1. 편지 쓰기

소설가 김영하는 한 강연에서 "어떻게 습작을 했나요?"라는 질문에 "연애편지를 많이 썼다는 것 밖에는 별다른 게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글이 잘 안 써지거나, 마음이 허전할 때면 애정 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 가족, 여자 친구, 친구, 선후배 등 대상은 다양했다.  아내에게도 숱하게 편지를 썼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편지를 쓸 때면 나는 글을 막힘없이, 빠른 속도로, 방대한 양을 썼다. “잘, 읽었어요.”라며 칭찬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더 쓰고 싶어 졌다. 이왕이면 더 근사한 문장을 남기고 싶어, 시집을 자주 머리맡에 뒀다. 글쓰기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최고의 자극제이자 동력이었다.


2. 한참 떠든다.

유시민 작가는 “말이든 글이든 본질은 같다.”라고 말했다. 도저히 글이 안 써질 때면 그대로 놓고 전화기를 들었다. 아니면 직접 찾아가 “내 이야기 좀 들어줘.”라며 대뜸 두서없는 이야기를 늘어놨다. 시작은 꼭 “요즘 이런 글을 쓰고 있는데, 들어봐 줘.”였다. 적절한 호응과 흥미로운 눈초리가 느껴지면 만족했다.  반대로 “이해가 안 돼.” “장황해.” “말하는 대로 써봐.”라는 조언도 들었다.  얼마 전에는 “만나보면 재미있는 사람인데, 글은 좀 딱딱해.”라고 말도 들었다. 맞다.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 재미를 글에도 풀어내면 좋을 텐데.


3. 글감 창고를 연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1) 아이폰 메모장과 2) 브런치 작가의 서랍이다. 메모장은 놓치고 싶지 않은 감정이나 장면, 순간, 사람을 기록한다. 달랑 단어, 사진 한 장 저장해둔 것도 있다. 요즘은 목소리나, 새소리, 바닷소리 등도 녹음해둔다. 그때의 감정을 온전하게 복기하기 위해서다. 작가의 서랍은 조금 더 확대된 초고 창고다. 쓰다만 것들이다. 여기도 제법 쌓여 있다. 예전처럼 쓸 게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될 수 없다.


4. 글쓰기 모임

낯선 광주에서 글쓰기 모임을 직접 운영한 계기는 단, 하나였다. 계속 쓰고 싶어서.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넋두리만 쓰고 싶지 않아서. 처음 시작할 때 “한 명이라도 참여하면 다행이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를 포함해서 총 10명이 모였다. 연령대부터 직업, 환경 등 모든 부분이 달랐다. 다만, 글에 대한 애정과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같았다. 우리는 격주 단위로 모여 글을 쓰고 쓴 글을 서로 읽었다. 쓴 글을 읽다가 눈시울을 붉히는 분도 계셨다. 이후 2기까지 진행했고 현재는 3기 모집 중이다.



5. 슬럼프는 성장하는 시그널

그동안 슬럼프는 '실패'의 동의어라 여겼다. 걸려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고, 염증을 느낄 때면 더 그랬다. 최근에야 알았다. 슬럼프가 없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의 열등감을 직시하고 피하지 않는 사람. 이것을 넘겼을 때 무언가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부딪쳐가는 사람은 슬럼프를 '성장의 동력'으로 여긴다. 그것을 위안삼아 오늘도 익숙하지만 낯선 '작가의 장벽'을 마주한다.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굳이 믿는다고 떠들지 않아도 좋다. 대개는 그냥 믿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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