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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Apr 17. 2021

내 마음이 쓸쓸할 때

마음이 허한 당신께

얼마 전 일이었다. 친한 후배랑 한창 대화 중이었다. 본인의 진로, 연애부터 다방면을 논했다. 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떠들었다. 문득 후배가 내게 물었다.


선배는, 마음이 쓸쓸할 때 어떻게 푸세요?


질문과 함께 갑자기 궁금해졌다며 미소 지었다. 나는 글쓰기가 가장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후배는 언제부터 글쓰기로 위로받았냐고 되물었고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향했다.




때는 2000 3월이었다. 이른 주말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를 켰다. 바탕화면나오자마자 인터넷 창을 열었다. 주소창에 www.sayclub.co.kr 입력했다. 손목시계는 오전 09 10분을 가리켰다. ‘늦었다. 늦었어!’ 로그인을 하고 먼저 기다리고 있는 같은  친구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지금은 카카오톡이 있지만, 이제 막 중학교를 들어선 내겐 세이클럽이 있었다. 배경음악은 늘 벅스뮤직에서 흘러나왔다(물론 소리바다도 사용했다). 그때 감성은 뭔가 특별했다. 손편지가 익숙했던 나는 700타를 자랑하는 빠른 키보드 손놀림으로 짝사랑하던 그녀의 마음을 공약했다.


어느 정도 사용하고 나니 대화를 넘어 스스로 클럽(지금으로 따지면 ‘온라인 카페, 친목 모임’)에 관심을 가졌다.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어 팬클럽에 가입할 생각도 없었다. 기존 운영하는 클럽은 흥미롭지 못했다. 혼자 며칠 고민하다 그럼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만든 카페 이름은 ‘내 마음이 쓸쓸할 때’였다.


세이클럽 타키. 밥 먹듯이 사용했다. 쓰고 쓰고 또 쓰고.


한창 사춘기 때였다. 시집에 자주 손길이 가던  터였다. 친한 친구들에게 먼저 가입을 유도했더니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무슨 그런 클럽을 운영하냐”며 농을 던졌다.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녀석들이 주변 곳곳에 등장하자 의기소침해졌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처럼 외로웠다.


그렇게 카페 개설 후, 일주일이 지났다. 무심코 카페에 들렸더니 신규 가입자가 제법 들어와 있었다. “카페지기님, 게시판도 만들어 주시고, 적극 운영해주세요.”라는 주문을 확인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사로잡혔고, 그날부터 성실히 쓰고 다른 사람에 글에 댓글을 달았다.


대부분 글들은 ‘왜 지금 내 마음이 쓸쓸한지’에 대한 사연들이었다. 솔직한 고백이 담긴 글에 나를 비롯한 회원들은 최선을 다해 위로를 전했다. 나름대로 규칙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어설픈 결론이나, 이것이 정답이다라는 규정은 짓지 말자.”는 룰이었다.


클럽은 나름 번창했고, 한창 때는 천명을 육박했다. 당시 공부와 거리두기 중이었기에 일상의 무너짐 없이 즐겁게 운영했다. 시간이 흘러 차츰 바빠지고, 마음이 옅어지며 하나둘씩 카페를 떠났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배 질문 덕에 과거를 떠올렸다. 일찍부터 글로 위로받고 무언가를 전하고 있었구나. 새삼 실감했다.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그때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던 회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나와 마주친 적은 없을까? 그런 물음표였다.


언제였던가. 아내에게 무슨 글을 써서 책을 내야 되지. 어떤 독자층을 대상으로 써야 될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었다. 조용히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마음이 허한 사람들,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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