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난 날

가족의 날, 상상, 프그말리온 효과 그리고 그녀라는 보물

by 춘프카

매주 목요일은 가족의 날이다. 덕분에 퇴근 후, 집으로 복귀하면 차분하게 글을 쓸 시간이 적은 날이다. 집안일부터 아이도 돌봐야 되니까. 일주일 중 내게 제일 중요한 시간인데, 막상 이렇게 쓰고 나면 굉장히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처럼 보이지만(?) 아내는 늘 더 많은 노력을 밝은 미소로 요구하고 있고, 나는 분주히 고개를 끄덕이며 네, 마님이라고 외친다. 그리하여 오늘은 퇴근 전에 글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쓰고 있다.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당시 나는 낯선 광주에서 생활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때였다. 퇴근 후, 참석한 모임에서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를 뒤쪽 구석에서 듣게 되었는데 흥미로웠다. 계속 듣고 싶어지는 기분이랄까. 짧은 이야기였지만,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 이후로 2년 남짓 스치듯 마주할 수 있었지만, 깊은 대화는 한 번도 나눠볼 수 없었다. 그저, 잠깐 마주치면 그날은 그저 행복했다. 친한 친구에게 밤새도록 그녀와 눈인사를 나눴던 장면을 신나게 떠들어댔다. 제법 지겨웠을 텐데, 묵묵하게 들어주던 친구는 "그래서, 제대로 말이라도 붙여봤냐?"라고 물었고 나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아들과 함께 벚꽃 구경하던 날.


짝사랑은 중학교 1학년 때 이후 처음이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부분이라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과의 미래를 그려봤다는 부분이었다. 그것도 지극히 일상적인. 주말이면 마트에 들려 함께 장을 보고, 늦은 밤까지 산책하고,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는 상상. 이렇게 쓰다 보니, 무슨 스토커 같지만 아무튼 당시에는 그랬다. 당장 손 내밀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지만, 그런 장면을 그리며 제법 긴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잠깐의 위기(?)도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무척 친한 여자 사람 친구가 있었는데, 녀석이 대뜸 내게 고백을 해온 것이다. 너무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눴던 사이여서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과거 나도 잠깐은 이성적인 마음이 생겼던 기억이 떠올라 잠깐, 고민했다. 뜸들이는 내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 친구에게 "연락처도 없고, 이름만 겨우 알고 있지만, 왠지 잘 될 것 같아."라고 말했다.




며칠 전, 음(mm)에서 '당신은 피그말리온 효과를 경험한 적 있나요'라는 방제의 방을 참석했다. 참여자 대부분은 오랜 시간 고대하며 꿈꿨던 것들을 하나둘씩 말했다. 나는 실제 스피커로 참여하진 못했지만 만약 마이크 앞에 섰다면 지금의 아내를 잔뜩 그리고 상상했고, 지금은 그대로 현실로 반영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글을 아내가 읽는 다면 예상되는 반응이 있다. "다, 좋은데 글에서 쓴 것처럼, 더 잘해봐."라고. 갑자기 쓰던 것을 지워버릴까 하는 욕망이 살짝 차오르지만 용기 내어 발행 버튼을 누른다. 오늘은 아내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잔잔한 태국 음악을 틀어놓고 성실하게 마사지를 해줘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흥미로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