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순간들
여행과 변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여행의 시작은 간단했다. 심오하거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떠났다. 말 그대로 '자유'여행이었다.
힘차게 페달을 밝고 해안도로를 달리고, 숨이 목까지 차오르거나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을 마주하면 그대로 멈추었다. 한참을 멍히나 풍경을 바라보고, 그늘진 곳을 찾아 그대로 주저앉아 낮잠을 청했다.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지도 않았다. 배가 고프면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맛도 맛이지만, 혼자 여행 온 나를 짠하게 바라보는 식당 주인 및 이모들의 눈빛이 기억난다. 가져온 수첩에 식당과 각종 정보를 썼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시 방문할 것을 다짐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거듭되는 떨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혼자 판단하고 행동하며 평소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나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 인생에 출현한 적 없는 낯선 사람들. 오로지 '여행'이라는 단어 앞에서 하염없이 동질감을 느꼈다. 나이와 직업, 각자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따스하게 했다. 늦은 새벽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잔잔히 들리는 파도소리 그리고 제주도에서만 판매되는 분홍빛 통의 막걸리에 몸도 마음도 취해버렸다.
이제, 7박 8일의 짧은 여행 기간 동안 수첩에, 휴대폰 메모장에, 내 손등에, 때론 가슴에 새겼던 그 순간들을 찬찬히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