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프카 Aug 18. 2021

짧은 인터뷰

"저한테 글쓰기요? 재미있는 취미요."

지난주, 한 남자를 만났다. 수년간 대화를 곧잘 나눴던 진득한 사이다. 남자 둘이 오붓하게 카페에서 두 시간 이상을 떠드는 정도랄까. 그것도 아쉬우면 말한다. "이따, 전화로 마저 이야기합시다."


그는 제법 순수한 사람이다. 전남 고흥 출생이고,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말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흥미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저한테 글쓰기요? 재미있는 취미요.


제법인데, 하면서 왜 재미있는 취미인지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 첫사랑이 '글 쓰는 남자'를 동경해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쓰기 시작했고, 안 읽던 책도 두루 섭렵했다.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며칠 밤을 앓았던 때도 있었다고. "아, 맞다!"라고 평소에도 큰 눈에 힘을 더하며, 급기야 짧은 단편 소설을 쓴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허탈한 감정이 밀려온다고 했다. 왜요? 라고 물었더니 슬픈 표정을 짓는다. 


"제 글을 보여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보여줄 사람도 없고, 교류도 없으니까 쓴 후, 되려 '허망한 느낌'이 찾아든다고 했다. 그럼 블로그나 SNS에 써보라고 했더니, 그건 또 싫단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긴 싫다고. 자신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라 전자 책보다 종이책이 더 좋고, 제 글에 그때그때 반응해주는 실질적인 대상을 마주하고 표정을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글쓰기 말고 다른 건 뭘 좋아하는지 물었더니, 자신의 원래 꿈은 '여행사진작가'라고 한다. 풍경 사진을 종종 찍는데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하다나. 나는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휴대폰으로 열심히 찍어보세요. 나 늦지 않은 때에 첫 책이 나올 것 같은데, 그대 사진 한 장 실어드리겠나이다.


앞서 말했지만, 그의 눈은 몹시 크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치킨 두 마리는 어느새 사라졌다. 그는 눈도 크지만 배도 크다. 덕분에 그날 나는 세 시간 가까이 그의 사랑과 글쓰기와 사진작가의 꿈에 대해 경청해야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1년 사이드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