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2일 토요일 14시 10분. ktx를 타고 용산역으로 이동 중이다. 옆자리에는 비교적 헤비급 몸매를 자랑하는 초등학생 친구가 앉아 있다. 나는 별다른 관심 없이 창가에 앉아 맥북을 꺼내 들고 회의자료를 정리하고 저녁에 발표할 브리핑 원고를 부지런히 수정하고 있다. 한참 몰입하다가 옆에 있는 친구가 내 모니터 화면을 조용히 따라 읽고 있음을 느꼈다. 모르는 척 계속 쓰다가, 원고 수정을 끝내고 화면 모니터를 덮으며 말을 건넸다.
"안녕. 혼자서 어디 가냐?"
"안녕하세요. 서울 할머니 집이요."
그는 12살 초등학교 5학년이고, 홀로 이동 중이었다. 부모님을 대신해 병간호차 방문한다길래, 기특해서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을 전해줬다. 한입 먹고 방긋 미소를 지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혹시, 뭐하시는 분이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회사원이고 글도 쓴다고 말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어떤 책을 쓰는지 묻길래, 이것저것 잡문을 쓴다고 했다. 책은 낸 적 있느냐고 물어봐서 네이버나 다음에서 '유일한 일상'을 검색하면 나올 거라 말해줬다.
순진한 친구는 마치 유명인과 만난 것처럼 살짝 고조됐다. "저는 추리 소설가가 꿈이에요."라고 말하더니 좋아하는 작가와 메모장에 써둔 단편 글을 내게 소개했다. 잠깐 읽었는데 흥미로웠다. 눈빛을 반짝이며 어떤 피드백을 전해줄지 고대하는 그에게 "좋다. 계속 써봐. 책 나오면 내가 제일 먼저 살게."라고 말했다. 서로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주고받았다.
그렇게 우리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고 용산역 도착까지 아직 한시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