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다. 친한 후배랑 동네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중이었다.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뜬금없이 내게 물었다. "고민 없으세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질문이었다. 언제부턴가 먼저 묻고 듣는 일이 많았던 나는, 누군가 내 안부를 물으면 낯설었다. "고민이야 많죠. 글에 대한 고민도 있고, 아이도 커가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도 번민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그는 <유일한 일상>도 출간되자마자 사서 읽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끔 올라오는 내 글을 브런치를 통해 읽곤 했다. "(최근 읽은 글에 대해서) 요즘 뭔가 걸리는 건 있는데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뭔가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고, 글을 써도 개운하지 않았으니까. 좋은 문장은 아니었지만, 솔직한 메시지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실종됐다. 스스로 재단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쩌면 또 한 번 성장하기 위한 진통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짐작하며 멋쩍게 웃었다.
술집을 나와 동네를 둘이서 걸었다. 한참을, 걸었다. 산책하기 좋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