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솔직하게 써야겠다. 좀, 게을러졌다. 정확히는 쓰는 데 게을러졌다. 매일 읽고 쓰지만 그뿐이었다. 쓰는 글 대부분은 업무적이거나 매월 연재하는 칼럼처럼 마감이 정해져 있는 글 열 한편을 쓰는 게 고작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와 같이 밥을 먹고 씻고 잠을 재운 뒤 남은 시간은 그저 흘려보냈다. (물론 마감을 앞두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어떻게든 썼다)
그렇게 브런치와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브런치는 성실하게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출간의 기회는 글에 집중하고 있을 때 꿈처럼, 마법처럼 찾아옵니다. 작가님의 색깔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긍께요.' 알겠는데 잘 안 됩니다요. 실은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도, 낯선 기업이나 사람으로부터 글쓰기 수업과 강연, 기고 제안을 받게 된 것도 이곳을 통해서였는데. 괘씸할 수도 있는 내게 브런치는 한결같았다. '알겠으니까, 일단 쓰세요 -)'
“나는 매일 아침 9시에 내 방에 가서 12시까지 종이를 앞에 놓고 앉아 있다. 세 시간 동안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 채 그저 앉아 있을 때도 많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는 알고 있다. 만약 9시에서 12시 사이에 어떤 소재가 떠오르면 그것을 적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플래너리 오코너의 말이다. 이 말은 영감(靈感) 자체를 아주 중요하게 다룸으로써 글쓰기의 드라마에서, 그 특별함에서 바람을 빼버린다. 드라마 따윈 없다. 그저 앉아 있어야 한다. 소재가 떠오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냥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이다.
내가 구독한 159명의 작가님들 모두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세분은 특별하다. 브런치 메시지 이상으로 큰 울림을 선사한다. 글 근육을 꿈틀거리게 만든다고나 할까. 우선 세분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발행한다. 둘째, 나보다 훨씬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 셋째, 나보다 체력이 좋으신 것 같다. 나이는 내가 한참 어리겠지만. 매일 그렇게 쓰신 글을 볼 때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되려 '그래, 계속 써야겠다.'라는 마음을 들게 한다.
매일 아침 노트북을 엽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거든요.
작가님의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마음이 저렸다. 모두 시작은 똑같구나. 천 편을 넘게 쓰셨지만 늘 어렵구나. 나이를 한두 살 먹을수록 행동 대신 생각이 많아져서 걱정이었는데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고민만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누군가가 아닌 나를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아빠의 청춘을 글을 통해 마주하고 찾아 읽을 아들을 위해서 부지런히 써야겠다.
뉴스레터 : 당신과 나의 이야기 | 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