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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Nov 03. 2022

경찰청 '이태원 참사 여론 동향 문건'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계속된다

지난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뉴스1


참사 이틀 뒤 '사고'에 대한 '정부 부담 요인' 수집해 문건 작성
"MBC PD수첩 심층 보도 준비 중... '정부 책임론' 부각 소지"
"진보단체 정부 성토 여론 주력... 대통령님 담화처럼 사고 수습 최우선"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인 10월 31일 '정책 참고자료'를 작성해 관계기관에 배포했다. 관련 내용은 SBS에서 단독 입수해 11월 1일자로 공개 보도됐다. 문건 내용은 진보 성향 단체가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라는 내용과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는 부분이 담겨있다.  

(해당 자료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 목차는 1) 이태원 사고 관련,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 2) 이태원 사고 관련,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3) 이태원 사고 관련, 온라인 특이 여론 4) 산업현장 안전관리, 구조적 문제 개선 필요 순이다. 목차 순서만 봐도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고려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금은 추긍이 아닌 추모를 할 때"라며 비난을 거부했던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도 일관된다. 


친여, 친야 커뮤니티에는 성향에 따라 
사고 원인에 대해 각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모습

● (친여) △ '대통령 퇴진 촉구' 등 집회가 많아 경찰력이 부족했다며, 집회를 주도한 친야세력 탓이라고 주장 △ '의경 폐지'를 추진했던 前 정부의 잘못이라고 비판

● (친야) △ 경찰력 부족의 원인을 '용산 대통령실 이전 여파'로 해석 △ 박원순 前 시장이 재임하던 17년도에는 '폴리스라인'을 치는 등 대처가 달랐다고 주장

다만, 네티즌들 사이에 사망자 추모가 우선이라며 정치인, 정당 관계자 등의 '정부 책임론' 등 정치적 이용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시체팔이'라고 반감 표출

(정책 참고 자료 내용)


목차 중 2번 '주요 단체 반발 분위기'에서 3쪽에 걸쳐 정리했는데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며 내부적으로 긴급회의 등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적었다. 


또한, 한 여성단체가 성명에서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으로 알려진다(작성 당시 기준)"고 언급한 대목을 인용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보수단체 동향에는 이태원 참사 당일 도심 촛불집회 참석자 다수가 이태원에 합류했을 것이라며 촛불행동 즉 책임을 주장할 것이라는 보수단체 활동가의 말이 포함됐다. 


 지난 11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뉴시스


3번 '온라인 특이 여론'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을 우려했다. 정부 책임 관련 보도량이 10월 30일 00부터 13시에는 9건이었으나, 13~20시에는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적었다. 


기사를 취재한 SBS 김학휘 기자는 "입수한 문건은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건 수신처에서 다른 기관으로 재전파 금지를 명시한 만큼 대통령실 등 상급 기관에 보고하기 위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은 '공공 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배포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다."라고 취재 경위를 말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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