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밑줄] 흔들리던 나의 청춘
젊을 때 열심히 연애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소리에 미친 듯이 끌려들거나 하는 시기란 일생에서 극히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스물일곱의 여름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 주변에서 기대와 우려의 시선 등을 마주하며 번민하던 때였다. 무엇인가를 쓰고 싶고 할 말이 있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랐다. 비효율적이었던 나의 청춘은 대부분 그랬다. 전공과 어울리지 않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꿈. 언제나 서툴고 아프기만 했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목표. 두렵지만, 큰 결심을 내렸다. 나는 당장 월급이나 진급 속도를 따라가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결국 그 선택은 좋은 것이었다. 전공에 맞춰 들어갔던 직장에 비해 월급은 반토막이었지만, 매일 신문을 읽고 글을 썼다. 처음으로 내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문학 평론가 선생님도 만날 수 있었다. 용기 내어 신문 칼럼을 써보기도 했고, 우연한 기회로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3년 가까이 시사 라디오 DJ 겸 대본 작가로도 활약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순간의 선택이었다. 당시는 매우 불안했지만, 지금 생각보면 옳은 결정이었다. 매일 약해지던 나를 위로하는 많은 글 가운데서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제나 가까이 있었다. 무언가에 끌려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던 그 시기. 일생에서 극히 잠깐밖에 없는 순간에 찰나. 하루키 말대로 그것은 아주 좋은 것이었다.
그렇게 특별하다 믿었던 자신이 평범은 커녕, 아예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이던 이성으로부터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고 분신인듯 잘 맞던 친구로부터 정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 있고 자기가 사랑하던 모든 것이 짝사랑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삶에 대한 욕망이나 야망 따위가 시들어버리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삶이 치명적일 정도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순간 또한 있다. 우리는 여자껏 느꼈던 평생 간직하고 싶던 그 감정은 무시한 채 영원할 것 같이 아름답고 순수하던 그 감정이 다 날아가 버리는 순간에만 매달려 절망에 빠지곤 한다.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어 있고, 지나간 모든건 잊혀지기 마련이다. 어차피 잊혀질 모든 만사를 얹고 왜 굳이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 살아가야 하냐는게 아니다. 어차피 잊혀질테니, 절망하지 말라는거다. <무라카미 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