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글방] 두 번째 밤
나는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면 같은 습관을 반복한다. 큼지막한 노트 하나를 사는 것. 또 하나는 즉시 노트의 20%를 빼곡하게 채워놓는 것이다. 덕분에 2019년 노트를 구입한 첫날. 내 손놀림은 분주했다. 첫 번째로 크고 작은 계획들을 기록했다. 자주 읽는 책에서 수차례 밑줄 그었던 글귀들도 꾹꾹 눌러썼다. 마지막은 2년 전부터 이어지는, 아무도 읽지 않는 내 소설을 옮겨 써놓기도 한다. 매년 벌어지는 일이지만, 올해는 특히 더 빼곡하게 쓰고 남겼다.
기록할 때 습관이 있다. 가급적이면 정자체로 기록한다. 생각이 폭주할수록 천천히 또박또박 쓴다. 그리고 썼던 기록은 시간을 두고 다시 본다. 더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때가 종종 있다. 생각을 다시 생각하는 느낌이다.
관하 씨(멤버)가 들으면 슬퍼하겠지만, 내 노트는 언제나 더럽다. 땀내 나는 노트다. 그게 내 취향일 수도 있겠다. 처음 ‘기자’라는 꿈을 새기고 세상을 위해 글을 써야겠다고 결의했을 때. 내가 꿈꿨던 좋은 글은 현장의 온기가 고스란히 기록되는 글이었다. 땀내 풍기는 뜨거운 글을 쓰고 싶었고, 기록하는 습관 덕분에 어느 정도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었다.
기록은 그냥 놔두면 스쳐 지나가 사라져 버릴 일상의 순간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평범한 일상이 기록을 통해 의미 있는 사건으로 탈바꿈된다. 기록은 기억을 가치롭게 한다. 생각을 수집하고, 글쓰기로 체계화하는 것. 기록으로 생각을 수집하는 매일이다.
내 노트 앞에는 매년 내용은 달라지지만 변하지 않는 문장들이 몇몇 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기록한다. 처음 노트를 정리하며 여러 목표를 썼다고 했는데, 이곳에서 다 열거할 순 없지만 딱 하나 공개할 수 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는 것. 목표는 현실이 됐다. 감사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