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먹은 그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거야
포르투갈은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넌 만약 다른 나라에 간다면 어디에 가고 싶어?"
"음.. 스페인?"
"왜?"
"가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볼래!"
가끔씩 <랜드마크 범인 찾기 추리북>을 통해 우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추적했다. 그것이 기억에 남았던 걸까.
이왕 열 시간 넘게 비행한다면 가는 길에 한 나라 정도는 더 가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에 두 나라로 정해졌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나라는 정했지만 이후에 아무 예약도 하지 못했다. 혼자 가는 것도 걱정되는데 둘이서? 괜찮을까?
일단 예약해보자, 하고 비행기 티켓 예약 창을 넘기는데 여권번호를 입력해야 넘어갈 수 있었다. 아차, 아직 여권도 없지. 각자 사진을 찍고 여권을 만드는데 또 2주가 흘렀다.
1월에 떠날 계획이었는데 어느덧 1월 말. 카운터 위에 놓여진 여권 둘.
"여행 가시나 봐요?"
"아 .. 하하 .. 가려고 만들긴 했는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책방을 열기 전 그랬던 것처럼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렀다. 큰 결정을 미루고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 와중 연초 계획을 수립하는 기관에서 감사한 제안이 여럿 들어온다. 강의, 인터뷰, 행사 비어있던 달에 스케줄을 하나씩 채운다. 적어도 일주일 넘게 비워야 하는데. 날짜가 점점 좁혀져 온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얼 하는 것도 멈춘 채 있었던 1월. 책방 근처 갤러리 대표님께 신년회 초대를 받았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는 건 큰 자극이었다. 그간 담아둔 이런저런 고민을 꺼내 큰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또래의 예술가들은 고민을 듣고 각자의 생각과 또 다른 질문을 던져주었다.
아님 가까운 나라부터 가보는 건 어때요? 라는 질문에 아니요, 부터 나오는 걸 보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차선을 택한다면 최선을 택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니.
가고 싶은 곳은 언젠가 가야만 했다.
앞으로 이만큼의 돈을 언제 다시 모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한 몫 했지.
1,2월은 비수기라 모아둔 작은 돈으로 둘이서도 엄두를 내볼 수 있었다. 두려움에 한창 결정을 미루던 때 책방을 찾은 그녀에게 말했었다.
"어차피 비수기니까 조금 있다가 여름 방학 즈음에 갈까 싶어요."
주저함이 가득 묻은 말을 듣고 있던 사람은 중학생 때 스스로 결정을 내려 미국으로 떠난 친구였다. 외국계 기업에 취직해서 쭉 해외에서 지내다 최근 한국지사로 들어온 독서모임의 멤버. 그녀가 해준 답은 여전히 다이어리 1월 달력 아래를 지키고 있다.
"좋은 경험은 시기를 가리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바르셀로나행 티켓을 예매했다.
떠나기 3주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