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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ONEY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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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블리스 Oct 13. 2020

MICE 잠실 편

우리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2


천지개벽할 잠실


2015년 동탄 2가 30평대 가 6억이 되네 마네 할 때였는데 잠실 30평대 아파트가 8억~9억대인 거다. 전세도 꾸준히 올라 매매가와 차이가 좁아져 네이버상에 1억 대밖에 차이가 안 났다.


그리고 서울은 10년 정도 거의 안 올랐었고, 동탄이 엄청 핫할 때 잠실은 정말 조용하고 거래도 많지 않고 부동산 사장님들조차 거의 대부분 부정적이셨다.


또한 잠실은 지난 장에 2만 세대 가까운  물량 폭탄과 함께 서브 프라임을 겪으면서 쭉 하락을 겪은 불운의 도시였기도 하다. 오를만하면 싱크홀 때문에 또 이슈가 되고... 위례와 판교가 잠실 가격을 넘보고 있었다.


그런 잠실을 내가 전화했을 때 부동산 사장님들은 여기가 1억이나 오르겠냐면서 내게 허황된 꿈을 꾸는 것처럼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금 얘기하면 믿지 않겠지만 롯데타워가 보이는 곳으로 보여달라고 했을 땐 그거 봐서 뭐 하냐고.. 그런 걸 왜 찾지...?? 중얼거리셨다.  그만큼 다들 시큰둥했다.


내가 본 파크리오 아파트는 주변이 낡은 재건축 아파트로 둘러싸여져 있어서 재건축된다면 부자들이 더 많이 유입되고 기반 시설도 훨씬 더 좋아질 것이었다.  


9호선도 개통되기 전이었고, 올림픽공원 개발, MICE 등 많은 호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위례 대비 잠실이 많이 저렴하다고 느꼈다.


또한, 망하더라도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괜찮은 다 가진 곳이니 내가 나중에라도 들어가면 그만이다 생각했다.

그리고 호재가 다 안되더라도 이미 충분히 좋은 곳이었다. 물어보니 전세가랑 매가 차이가 1억 2천~5천 정도인 물건들이 있었다.


전세 낀 매물은 7억 후반대에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7억대는 전세금이 낮아서 갭이 차이가 많이 났다. "동탄 2가 오버된 가격일까.. 아님 잠실이 저평가일까...." 고민이 많이 됐다.



나의 판단은 지금 동탄 2가 워낙 저 분양가로 분양했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높지 않다 판단했고 잠실이 너무 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그래 결심했어~!! " 부동산과 전화통화 중 좋은 물건이 나와서 신랑에게 먼저 사자고 얘기했더니 신랑이 너무 비싸다고 탐탁지 않아했다.


일단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좋은 물건 하나를 놓쳤다. 화가 나서 한마디 했다.


"지금 잠실을 사면 후회하는 게 아니라 안사면 평생  후회할 줄 알아. 서울은 영원히 못 살 거야~!!"


내가 계속 끈질기게 얘기하니 신랑이 그래프 하나를 보여준다. 저점 대비 잠실은 이미 꼭지라고.. 예전 가격에 거의 다 왔다고, 역전 세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냐 해서 한마디 해줬다.


" 그래프 믿지 말고 나를 믿어~" 


나는 잠실의 가격으로 확신했고 그렇게 나를 믿으며 투자했다. 주변에 부동산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물어볼 데도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그런데 지금 사지 않으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고 서울은 영영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동탄과 말도 안 되는 입지인데 가격차이가 너무 좁아서 느낌적으로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9시 반에 출발해 무작정 잠실로 올라갔다. 부동산 사장님은 그저 동탄에서 젊은 애 엄마가 오르지도 않는 잠실까지 왔다고 못 말린다 하셨다. ㅎㅎ


실거주 아님 투자로는 살 곳이 아니라고 하시며  차라리 위례를 사라고 하셨었다.  그 당시 위례나 동탄, 미사 등 분양하는 신도시들은 다 핫했었다.


하지만 내가 잠실을 택한 건 잠실을 갔다가 위례는 갈 수 있어도 위례를 갔다가 잠실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이 데리러 가기 전 5시간. 신랑이 불안해하는 역전세와 대출을 최소로 들어야 했다. 돈도 없었고 대출 1억 2천 정도면 그래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랑이 대기업을 다녔기에 이율도 낮아서  이자 30만원 정도면 부담스럽지 않은 이자라 생각했다.


" 무조건 갭 1억~1억 2천 자리로 만 보여주세요~"


그때 잠실은 전세가가 무지 높았다. 매매가랑 1억 2천~5천 정도 차이였다. 그 정도의 갭이 없다면 인연이 아니라 생각하고 깔끔하게 포기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다짐하며 올라갔다.


갭을 최소화하려면 전세를 높게 놓을 수 있으니 실입주가 가능한 것들로만 봐야 했다. 가격이 7억 후반대가 하나 있었지만 갭이 커서 포기했다.ㅜㅜ


그런데 하나 있다는 거다. 1억 2천 짜리가!! 비 로열동에 저층ㅜㅜ 하지만 나에겐 동 호수가 중요하지 않았다. 여길 사느냐 못 사느냐가 훨씬 중요했을 뿐이다.


깎으려고 했는데 이미 내린 금액이라 협상도 안됐고 그만한 갭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집을 들어가니 인테리어가 돼있었고 집주인이 처음부터 살아서 깔끔했다. 혹시라도 내가 들어와 살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처음부터 30평대로 봤다.


올림픽공원이 내 집 앞마당이고 롯데 123타워도 걸어갈 수 있으며, 한강과 석촌호수를 가졌고, 초등학교도 2개나 품은 6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였다.


신랑 출퇴근 버스도 바로 앞이라 싫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회사에 있는 신랑한테 바로 전화했다.


"나 잠실이야~ 집 살게..."


"........ "



" 갭이 1억 2천이야.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대출받아줄 수 있지?? 나 진짜 한 번만 믿어줘~ "


"............... 알았어! 네 맘대로 해!!"


"살게...."


난 그렇게 동의받은 거라 생각하고 그날 겁 없이 계약서를 쓰고 왔다.  불안한 신랑 때문에 더 좋은 물건을 못 산 것이 지금까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산 것에 만족한다.


내가 샀을 땐 15년 6월이었는데 그 뒤로 4개월 후 10월부터 투자자들과 실거주하는 사람들이 매수하면서 잠실은 한마디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서울이 드디어 오르기 시작했다!! 내 판단이 맞았고 짜릿했다!! 잠실을 2015년 6월에 계약했는데 매도자가 속을 썩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끄는 사이 4달 동안 원래 놓을 수 있는 7억 정도 전세 가격에서 4천만 원이나 더 오르는 중이어서 들어가는 금액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때 내가 그냥 포기했다면 우린 영영 서울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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