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온통 방황의 시간으로 허비하면서, 처음에는 내가 왜 그러는지 몰랐고, 어느 순간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에 펑펑 울었다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나의 방황이 어쩌면 부모님 탓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원망도 했다.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부모님을 용서하느라 분주하던 마음도, 엄마의 치매 증상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부모님이 내 곁에 계시는 동안에는 남은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더 앞섰다.
엄마의 종교인 천주교를 싫어하던 나였지만, 우연한 계기에 나도 이십 대 후반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고, 언제나 묵주팔찌를 차고 다니는 종교인이 되었다.
요즘은 주말이면 엄마와 함께 성당에 간다. "엄마, 이번주는 토요일 특전 미사에 가야 할 것 같아."라든가 "엄마 일요일 5시 미사 시간 괜찮아?" 하고 물으면 엄마가 내 일정에 맞춰서 함께 미사에 간다. 이제 여섯 살이 된 나의 아이와 함께.
같이 미사에 가고, 여유가 되면 미사 후에 같이 밥도 먹지만, 마음의 거리는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같이 있어도 다가가는 법을 모르겠다. 그저 지금으로서는 같이 미사에 가는 게 전부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뒷모습과, 엄마가 기억하는 나의 모습은 비슷할까? 아니면 조금은 다를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를 따뜻한 모습으로 기억한다면 오히려 마음이 아플 것 같다.
"엄마 이번 주도 나랑 같이 성당 가자." 유일하게 엄마에게 연락할 거리. 이번 주도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