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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Feb 13. 2024

[일상 이야기]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걸 미니멀라이프라고 할 수 있나?

나는 미니멀라이프 책을 좋아해서, 엄청나게 많이 읽었다. 전부 다 비워내는 것, 일부만 비워내는 것, 내 마음에 들고 사랑하는 물건을 골라내는 것... 그런 행동을 통해 결국 거르고 거른 물건들만 남기는 것이 미니멀라이프의 본질임도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나의 생활은 얼마만큼이나 미니멀까?


나는 여름옷이 많다. 하지만 다 입는다. 치마를 좋아하고, 속치마를 받쳐 입는 것을 좋아한다. 운동을 하니까 운동복도 매일 입는다. 근무복과 운동복이 다르니까, 매일매일 갈아입는 양이 남다르다. 그래서 옷장이 터져나갈 정도로 옷이 많다. 속옷의 양도 엄청나다. 사람들은 쉽게 말할 수 있다. 안 입는 옷을 버리세요! 라고. 하지만 저는... 정말로 다 입는걸요!


겨울옷도 그렇다. 어떻게 사람이 잠바 하나로만 겨울을 날 수 있는가? 롱패딩, 숏패딩, 잠바, 코트는 색깔별로 두 개가 있다. 에 받쳐 입는 패딩조끼와 패딩잠바도 하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겨울옷은 부피 때문에 많아 보일 뿐, 정작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의 양은 마흔 벌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걸 다 어떻게 줄일 수 있나요?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하지 않는 것일까? 내 옷장을 바라보며 나는 그런 고민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분명 하고 있다. 필요없는 물건을 부지런히 정리하고, 하나의 물건을 다용도로 사용한다. 나는 원룸에 내 물건을 깔끔히 들여둘 수 있다. 수저와 그릇과 주방 용품들의 개수를 셀 수 있다. 옷 개수를 못 센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방만큼은 꽤 줄였다. 열.. 한개 정도 된다. 에코백 포함이니까, 나름대로 적은 양이잖아! 하고 우겨 본다.


미니멀라이프를 생각하면 이따금 막막해진다. 인터넷에서 보는 미니멀리스트 브이로거는 아주 멋진 애플 노트북을 쓰고, 식물을 키우며, 주둥이가 긴 티포트를 쓰고, 화이트톤의 가구에 어울리는 수건과 단아하게 정리된 방이 디폴트값이었다. 너무 멋졌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준 핑크색 이불을 장롱에 개어 넣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식물은 하나도 없는데다가 중고장터에서 오만 원을 주고 산 삼성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를 본다. 티포트는 대용량 물 끓이는 스테인리스고, 수건은 어디 동호회나 모임에서 준 빨주노초파남보라색으로 화려하다. 브이로그를 끈 뒤 보이는 나의 세상은 이러하다.


그렇다 한들, 내 생각에 나는 미니멀리스트다. 혼자 살 때, 나는 5리터 쓰레기봉투를 2주에 한 번씩 낼 정도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다. 물건을 보고 사고 싶어 했지만 정작 산 물건은 거의 없었다. 사거나 받아 놓은 물건은 취향과 상관없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썼다. 그 때 배운 게, 옷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깨달음이었다. 보통의 티셔츠 하나도 4년은 넘게 입을 수 있었다.  나는 귀한 것을 오래 쓰기보다 내 옆에 있는 것을 오래 두고 쓰는 타입인 셈이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 나는 한참 멀었다. 내 생각에도 그렇다. 데스크탑이 있는데도 노트북을 샀고,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에 집착하며, 새 지갑과 또다른 가방에 눈이 돌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 나도 한숨이 나온다. 여전히 갖고 싶은 것이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다. 절제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다. 가계부를 쓰면서 내 가계에 구멍이 난 것을 보았는데, 당장 내 눈에 띈 물건을 구입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용을 쓴다. 보통 이러다 지쳐서 포기해 버리는 게 내 일상이다.


과연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성공할 수 있을까? 미니멀 라이프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미니멀한 삶은 그 자체로 삶의 스타일이며, '성공'이나 '실패'로 분류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브이로그에서 본 그런 삶은 그저 그 스타일을 가지고 사는 사람의 '어느 단면'일 뿐이다. 한껏 동경해보았자, 내 삶과는 꽤나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아는데도, 괜스레 나는 욕심을 내게 되는 것이다. 아, 저 삶 너무 멋진데, 하고.


타인의 삶에 욕심을 내지 않고, 내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 또한 미니멀라이프가 가진 의미라고 생각한다. 작고 소박한 내 삶을 꾸려나가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타인을 두리번거리면서도, 최대한 내 삶을 나답게 꾸려나가려 애쓴다. 그것이 아마 평생의 노력을 필요로 하더라도,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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