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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Feb 20. 2024

[옛날 이야기] 사투리, 오묘한 그 세계

생각지 않아도 내 입에서 절로 튀어나오는 그것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사투리가 여전히 강한 섬 지역이다. 그러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강한 사투리에 노출되어 지냈고, 왠만한 어른들의 거센 억양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정말이지, 몇 가지는 신박하기까지 해서 듣는 데 꽤나 재미있다.


 물론 흔한 이야기이다. 일본식 어투가 섞였기 때문인지 어른들은 쉽사리 '오봉'(쟁반)이라거나 '다라이'(고무들통) 라는 표현을 쓴다. 거센 억양 탓인지 바가지를 '바가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역 사투리도 있어, 닭을 달구새끼라고 부르는 일도 흔하다. 이걸 알아듣지 못한다면 우리 지역 사람이 아니지!


그런 어휘 중에서도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어휘의 최고봉은 '꿀(굴)'이 아닐까 한다. 바다에서 겨울에 나는 그 굴이 맞다. 벚굴도 맛있고, 깐 굴도 맛있다. 엄마는 자주 껍질째 굴을 쪄 주셨지만, 고기 먹을 때 같이 구워 먹는 것도 좋다. 국이나 떡국에도 흔하게 들어가는 것이 굴이다. 그런데 우리 동네는 굴을 '꿀'이라고 부른다. 그게 문제다.


느그 부모님 뭐하시노? 하고 묻는다면 꿀 깝니다! 하고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그럼 그 때부터 상대방은 의아함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꿀을 따는 것도 아니고 깐다고? 그걸 설명하는 데 또 긴 시간이 걸린다. 저희는 굴을 꿀이라고 부르거든요. 굴이 굴이지 왜 꿀이야? 이런 질문도 많이 받는다. 대답할 말이 없다. 엄마가 그렇게 불러서요. 할 말이 없는 나의 대답은 이러하다.  


내가 가장 신기해 했던 것은 '쇳대'(열쇠)다. 예전에 어머니는 구판장을 했었고, 농사와 구판장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서인지 늘 옆집 할머니에게 열쇠를 맡기고 논으로 밭으로 나가곤 했다. 할머니는 내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나를 보면 외쳤다. "쌔때 받아라!" 그러며 열쇠를 건네셨다. 어린 나의 머릿속에서 '쌔때'는 무슨 말일까 하는 고민이 생겨났다. 그것이 '쌧대'로, '쐿대'로, 그리고 '쇳대'로 변화하기까지는 장장 5년의 시간이 걸렸다. 2학년이던 내가 6학년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이.


이제는 무엇이 사투리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내가 사투리가 심하다고도 하고, 혹은 아니라고도 한다. 나는 TV에서 배운 서울말을 귀엽게 쓸 수 있다. 하지만 억양은 아무래도 사투리 억양이 강하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살아온 이십 년간의 공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결과물을 들고 몇십 년을 더 살아가며, 사람들에게 알려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이게 옳습니다.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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