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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Mar 05. 2024

[일상 이야기] 나에게 맞는 편안함을 찾아서

열심히 찾아다니지 않아도 때론 내게 굴러들어온

내게 편안한, 알맞고 적절한 것을 찾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날은 몰라서 넘어갔고, 어느 날은 너무 비싸서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굳이 수많은 것을 겪지 않아도, 자연스레 내가 고르는 것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오늘은 그것들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첫 번째 편안함은, 신발이다. 나는 운동화를 즐겨 신고, 일할 때조차도 슬리퍼로 갈아신지 않는다. 운동화가 편하니까, 라는 것도 맞고, 남들이 다 편안해하는 슬리퍼나 크록스를 불편하게 느끼는 것도 맞다. 나는 내 발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느낌을 좋아한다. 대신 무거운 운동화는 또 질색을 해서, 보통은 아디다스나 나이키, 뉴발란스 브랜드의 싼 운동화 (한 켤레에 5~6만원 정도 한 것 같다) 를 사서 신는다. 굳이 비싼 것을 살 필요도 없다. 내게 맞기만 하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두 번째 편안함은 시계다. 나는 특이하게 아직까지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이다. 전에 나는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동그랗고 사랑스러운 시계를 정말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땀이 차는 순간 손목이 너무 간지러워서, 도저히 오랫동안 차고 다닐 수 없었다. 메탈 밴드가 내게 맞다는 사실을 꽤 이후에나 깨달았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시계는 카시오 LA670WA이다. (바이럴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같은 시계 하나만 하사해주시옵소서 카시오님) 타이머나 날짜 확인 기능이 있어서 굉장히 유용하게 쓰고 있다. 휴대폰보다 더 빠르고 간편해서, 시간이나 날짜 확인은 자연스레 손목으로 손이 간다. 가볍고, 꽤 튼튼하기까지 하니 이보다 좋은 친구는 없을 것이다.


세 번째 편안함은 옷이다. 나는 이제, 아름다운 옷을 덜 사게 되었다. 사실 옷 자체를 거의 사지 않는다. 의외로 옷들은 튼튼하고, 몇백 번씩 세탁을 해도 별로 늘어나지 않아서 꾸준히 입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옷은 시보리가 들어간 옷이다. 운동복이나 티셔츠에 시보리가 있으면 손이 더 자주 간다. 이 좀 작은 편이라, 시보리 없는 옷은 한 번 접어 입어야 하다 보니 더 이런 쪽을 추구하는 듯하다. 그걸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안 입는 옷들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네 번째는 가방이다. 나는 과거, 나의 수많은 습성을 뒤로 한 채 가방을 참 많이도 모았었다. 나는 미니 백을 정말 좋아했다. 돈이 없어 명품가방은 손도 못 댔지만, 몇 천 몇 만 원짜리 조그마한 호보백이나 마이크로 백이나 휴대폰만 들어간다는 에코백 따위를 수도 없이 모았다. 하지만 나는 보부상 체질이고, 내 가방에는 항시 무언가가 가득 들어 있었다. 내가 꿈꾸던 가방들을 들기에 내 욕심은 너무 많았다. 결국 나는 가방들을 전부  정리해버렸다. 애초에 내가 쓰기엔 너무 과분하리만치 작은 것들이었다. 다행히 받은 주위 사람들이 좋아해주어서, 그저 기쁠 따름이다. 그렇게 나는 내게 편안함을 주는 몇 개의 가방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이런 것들을 모두 치워버린 것을 내 최고의 성과로 꼽는다. 쓰지도 못하고 그저 쟁여놓으며 후회만 했던 것들. 후회가 쌓여 미련이 되고 미련이 쌓여 미움이 된, 그 수많은 감정들을 후련하게 내려놓고 나니 내게 편안함이 찾아왔다. 그러고보니 편안함을 '갖고 있는'것에서도 주어지는가보다. 내가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 입은 옷, 들고 있는 가방이 내게 평안을 준다.


물론 그 평인 남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할 것은 있다. 어쨌든 구두를 신을 자리엔 구두를 신고, 정장을 입을 자리에는 정장을 입는다. 불편을 감수해야 할 일은 사회생활 곳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나의 안을 대한으로 추구할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세계가 좀 더 편안하기를 추구하고, 내가 모르는 것은 깨달아 가면서. 언젠가 내 주위에, 오로지 편안만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편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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