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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Jun 18. 2024

[일상 이야기] 특명, 운동하기!

게으름은 악마가 와도 구제하지 못하느니라

특명이 내려졌다.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하지 않을 뿐이지. 하지만 하지 않은 지 제법 된 것 같다. 댈 핑계가 많았던 탓이다. 5월은 집안일이 많은 관계로 핑곗거리가 넘치는 달이었고, 나는 그 넘치는 핑곗거리들을 알차게 써먹었다. 운동을 안 갔단 뜻이다. 그러니까, 거의 5월는 한 번 정도만 갔다는......


이유야 많다. 사실, 운동을 하지 않고 싶은 욕망이 하고 싶은 욕망보다 더 큰 게 제일 큰 이유이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다지만, 다른 걸 해도 기분은 좋다. 운동 갈 시간에 게임이나 웹툰을 보는 게 더 재밌다. 거기다 운동은 하기 위해 따로 차를 끌고 운동 장소로 움직여야 한다. 하고 나면 씻어야 하고, 그럼 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니까, 피곤해서 어렵다..... 라고, 나는 나 자신에게 운동을 가지 않을 핑계를 열심히 읊조리고 있다.


허리가 좋지 않았던 것도 운동 가지 않는 아주 좋은 핑계 중 하나였다. 5월은 바빴고, 몸을 많이 써서인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 허리 통증이 있어서 운동은 한동안 멈추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 내 맘에 쏙 드는 소견이었다. 문제는, 이제 해도 된다는 평가를 최근에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핑곗거리가 하나 사라졌다.


정작 가면 열심히 할 것이고 남들 앞에서 자랑도 많이 할 것이다. 그런데도 가지를 않는다, 주위에다 "나 워낙 운동을 안 해서" 라며, "운동 좀 하라고 혼내줘" 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마치 몸이 바닥에 붙어버린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운동에 대한 열정이, 흥미가 식어버린 것일까?

 

내가 운동을 시작한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운동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 캐릭터의 아름다운 삼각근과 대퇴사두근을 사랑했고(.....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리하여 나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짓말 같지만 진짜다. 나는 그 캐릭터의 애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가 하는 운동을 잘 해야 한다고 외치며 클럽에 가입했다. 물론 잘 하기엔 늦었찌만, 뭐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둘째로는 친구들의 응원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따라 좋아하는 것이 자주 바뀌는 편이라 이전에는 담배를 피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하필 원피스의 스모커를 좋아했다) 갑자기 운동 노래를 불러대니 친구들이 매우 좋아해주었다. 다들 운동을 하는지 물어보고, 힘내라고 해주었다. 그 목소리가 내가 운동을 가는 데 한몫을 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내가 나의 바뀐 모습을 '간지'로 느꼈다는 데 있다. 갓생 브이로그들을 보면서, 저렇게 멋지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 브이로그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목적이, 몸 가꾸기가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좀더 멋진 몸을 가지게 되면, 한 번쯤 영상을 찍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나의 운동을 지지해주고 있.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뀌었으되, 그 캐릭터도 몸이 좋아 운동을 열심히 했구나 싶다. 요즘도 갓생 브이로그를 보고, 그들의 삶과 운동 과정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숨쉬듯이 운동하며 지내는데, 어째서 나는 여전히  집 안에 틀어박혀 유튜브만 보고 있을까?


단호한 조치가 필요한 때라는 것을 인지한다. 그래서 나는 아주 단호하게 , 이 글에서 특명을 내리려고 한다. 나는 지금부터, 운동을 한다!


이렇게 글로 적어 놓고 나중에 징징대며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멋진 글을 쓰고 싶지, 찌질한 글을 쓰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개인적인 조건을 하나 더 걸었다. 운동 하지 않은 주는, 친구를 만나지 못한다. 카페에서 멋진 나만의 시간을 갖지도 못한다. '금기'를 만들어서, 운동 하지 않는 나 자신과 싸워보기로 한 것이다.


운동 없이 근육을 기를 수 있다면, 운동 없이 강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이상, 나는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 그리고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면, 강제성을 부여해야지. 그래서 제목도 일부러 저렇게 올려 놓았다. 글을 쓰러 올 때마다 보고, 가슴이 따끔거리기를 바라면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건강한 몸이 되려고 계약하면, 악마가 내게 하루 매일 1시간씩 운동하라고 시킨다는 만화를 본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을 몹시 좋아한다.  그래, 게으름은 악마도 구제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니 나 자신을 구제하는 건 나 자신뿐이겠지. 그러니 오늘부터 운동하러 간다.


다시,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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