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What's in my bag?
보부상이지만 가벼운 가방을 원합니다(?)
내 가방은 항상 무겁다. 작은 가방에 옮겨 담으면 마치 벽돌처럼 단단해져서, 진짜로 벽돌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 지금 쓰는 가로세로 35cm짜리 에코백에도 가득가득 무언가가 담겨 있다. 진지하게 이거 영상으로 찍어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내가 영상을 찍게 되면 얼마나 어색한지 알기에, 한번 글로 적어보려 한다. 그러니까, 글로 적는 왓츠 인 마이 백이다!
나는 가방을 옮기거나 바꿀 일이 있으면 그 가방에 달린 작은 주머니에 꼭 내 차키를 넣어둔다. 그런데 최근에 그 주머니 안에 방향제도 함께 넣게 되었다. 원래는 옷장 서랍에 넣어두는 용인데, 가방에서 은은한 향이 나길 바라는 마음에 넣어 두었다. 가방을 옮길 때마다 꼭 같이 넣어 둔다. 좋은 냄새가 나는... 듯도 한데, 다른 사람은 이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 아직 가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내 가방 앞은 화려하고 묵직하다. 나는 가방 앞에 주렁주렁 키링을 달아놓는다. 그 키링이란 순수 장식품(나무 책 키링)과 장바구니, 그리고 카드지갑이다. 카드지갑은 앞뒤로 카드 딱 두 장을 넣을 수 있는데, 하나는 귀여운 캐릭터 사진을 넣었고 하나는 버스 탈 때 찍는 카드를 넣어 두었다. 생각보다 자주 쓰여서 좋아한다.
드디어 가방 안으로 들어가보자! 내 가방 안 정리를 위해서 나는 사이즈가 맞는 종이가방을 이너백처럼 쓰고 있는데, 이너백과 에코백 사이에 몇 가지를 끼워두었다. 조그마한 JLPT 단어장과 북커버 씌운 얇은 책 한 권이다. 혹여나 일할 때 짬이 나면 보려고 넣어둔 것이다. 북커버를 씌운 이유는 어쩐지 쑥스러워서다. 그리고 북커버가 있으니까! 무엇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꼭 써야 한다.
종이가방 안, 파우치 바깥에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계절을 위한 우양산, 일상 필수품인 치약 칫솔 세트, 그리고 귀여운 라이온 필통이 있다. 필통에는 샤프, 볼펜, 화이트, 칼, 지우개를 꼭 넣어서 다닌다.(없었을 때 쓸 일이 있었던 적이 많아, 결국 풀 세트가 되었다.)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도 있다. 출장에서 업무를 보거나 휴대폰으로 연락을 할 때 꽤나 용이하다.
이 종이가방은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는데, 가방 옮길 때에도 그냥 이거만 들어서 새 가방에 넣으면 이삿짐이 뚝딱이다. 가방도 옷처럼 자주 세탁하는 나에게, 이 점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가방을 바꾼다. 그 때마다 종이가방을 가방에서 꺼내며, 나의 아이디어를 뿌듯해하곤 한다. 더러워지면 다른 걸로 바꾸면 되니, 더 좋다!
파우치 안에는 화장품 주머니, 생리대 주머니, 물티슈, 약주머니, 티백을 담은 주머니가 있다. 그리고 이어폰(유무선 두 가지를 다 들고 다닌다. 내 블루투스 이어폰은 연결이 자주 끊어져서 불편해서다.) 과 휴대폰 충전기, 접이용 미니백과 악세사리함이 있다. 약주머니는 비상약과 밴드를, 티백 주머니에는 밖에서 먹기 좋은 티백 몇 종류를 넣어두었다.
화장품 주머니는 선크림, 핸드크림, 빗, 로션, 안경닦이, 립밤과 립이 있다. 선크림과 로션을 꼭 들고다니는 편인데, 업무 중에 더워서 세수할 때가 있어서다. 세수한 뒤에 로션과 선크림을 다시 발라주곤 한다. 입술이 자주 트는 편이기에 립밤을 자주 바르는 편이고, 립은 기분전환 삼아 종종 쓴다.
그 외로는 지갑과 다이어리가 있다. 다이어리는 내게 없으면 안 될 친구다. 나는 출장이 많기 때문에, 다이어리에 모든 스케쥴이 전부 기억되어 있다. 물론 요즘 세상은 휴대폰으로 다 이루어진다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그게 잘 안 된다. 스마트폰 앱을 서너번 바꾸다가 결국 손 다이어리로 돌아왔다. 아마 한동안은 꾸준히 다이어리를 쓸 듯하다. 작년 행사 상품으로 받은 다이어리에, 친구에게서 받은 가죽 케이스를 끼워 쓴다. 꽤 예쁜데, 문제는 좀 무겁다. 다이어리가 내 가방 무게의 1/5을 차지할 정도다. 내년 다이어리는 좀 가벼운 것으로 바꿔야지...
지갑은 엄마가 선물해준 말가죽 지갑이다. 빨간 색이 돈이 들어올 것 같다. 지갑 안에는 부적이 있는데, 무려 "혼인성사부" 다. 만나는 남자가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 부적을 들고 다닌 지 6개월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아, 불법영상촬영물 감지용 빨간 셀로판지도 있다. 한번쯤 이걸로 촬영 기기를 찾아서 부숴버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이렇게 내 가방 소개가 끝났다. 우와, 내 가방 안에 든 것만으로도 글이 이렇게 꽉 찰 정도라는 게 놀랍다. 예전엔 여기에 자수용품(수틀, 바늘, 천, 몇 가지 실)도 함께 들고다녀서, 더 무거웠는데 지금은 좀 나아진 축에 속한다. 자수용품 가벼워서 나름 들고다닐 만 하다... 는 생각은 아마 나만 하고 있을 것이다.
항상 가득한 내 가방을 보면서, 나는 뺄 것이 무엇이 있나 지그시 바라본다. 한참을 고민해 보지만, 결국 나는 빈손으로 가방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미니멀한 삶과 미니멀하지 않은 가방 사이에서, 나는 가끔 표류한다.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하고. 하지만 내 가방 안에 든 것을 자주는 아니라도 쓰니까, 괜찮다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래, 아직은 괜찮다.
언젠가 또 비움의 때가 오면, 그때 또 비우면 된다.
그 전까지는, 내 가방이 항상 나와 함께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