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텅 비어 붕 떠버리는 그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울까

by Scarlet

갑작스럽지만, 아침에 빈 시간이 생겼다. 십오 분, 삼십 분 정도쯤 되는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시간이다. 그렇게 빈 시간이 내게 다가오고, 나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한다. 이상한 일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아니, 시간더러 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왜 시간이 남게 되었을까부터 생각해본다. 작은 운동을 가지 않은 것이었다. 저녁은 운동으로 채워지는 시간이었는데, 운동을 하지 않으니 시간이 비기 시작했다. 빈 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무엇을 해도 유튜브와 인스타 릴스로 돌아가버리는 내 생활이 어쩐지 싫어졌다. 그래서 결심한 게 시작이었다. 빨리 잠들면 되잖아!


나는 아홉시에서 열 시 사이에 잠들었다. 일찍 자니, 가끔 일찍 일어나는 시간이 온다. 아무리 잠이 많다고 해도 그렇다. 새벽에 일어나, 다시 잠드는 것은 아까웠다. 시간에 운동을 하자고 몸을 일으켰지만, 달리기엔 너무 추운 시간이라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산책길이 너무 멋져서 글을 적은 적도 있다. 새벽 산책은 신선하고, 기분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새벽 산책은 삼십 분 정도 했는데,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쩐지 의욕이 솟았다. 간단히 씻고, 밥을 먹고, 집을 치우고, 출근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러고 나니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게 된다. 내가 지금 출근 준비를 다 마쳤는데, 무려 도시락도 다 쌌는데 아직도 출근 시간까지 삼십 분이나 남아있어? 당황스러운 마음에 차를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차를 내려도 여전히 십오 분이라는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영상을 보며 아침 시간을 즐기려고 애썼다. 지만 영상을 보는 시간이 점차 아까워졌다. 아침이다. 뭐든 할 수 있고 기운찬 시간. 이 시간을 늘 할 수 있는 유튜브에 갖다 바치기는 아까워졌다. 그래서 책을 읽기로 했다. 북커버로 멋지게 싼 책을 펼쳐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조금 책을 읽었다 싶을 때 고개를 들어 보니, 헉, 이게 뭐야! 고작 삼 분이 지났을 뿐이다. 난 이십 분쯤 지났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정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나는 다시 책을 덮는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글자를 집어넣느라 힘들어서다. 책이 재미가 없는 탓일까, 아니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나를 유혹하고 있는 탓일까. 나는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래서 아예 생각한다. 새벽에 운동을 나가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새벽 운동을 좀 더 찾아보고 있다. 수영장이나, 그 밖의 다른 운동이 조건이 안 된다면 역시 달리기를 해보려고 한다. 날씨만 조금 풀린다면, 그런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빈 시간을 두려워하는 나의 성격상, 아침에 활동을 넣어 빡빡한 삶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내게 도움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성격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아침 스케쥴인 셈이다.


모두에게 해맑은 아침이 찾아온다. 내게도 그렇다. 내게 다가오는 아침을 허망하게 놓치지 않도록, 좀 더 부지런히 살아보고 싶어졌다. 그래, 작년처럼 올해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마음먹는다. 운동이 내게 줄 활력을 기대해본다.


바쁜 아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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