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한강, 소년이 온다

우리 현대사에 이토록 비극이었던 사건이 온다

by Scarlet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고 나는 배웠다. 삼촌은 광주 사태라고 배웠다고 했다. 내가 살던 지역은, 광주 민주화 항쟁을 빨갱이들이 한 짓이라고 공공연히 떠들어도 괜찮은 곳이었다. 나는 그런 곳에서 자랐다. 지만 나는 그런 말들에 영향받지 않았다. 4.19 혁명, 5.18 광주 민주화 항쟁.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 있었고 그 부분을 의심한 적은 없다. 그래서 나는 어렴풋한 의구심을 가진 것도 같다. 왜 사람들의 의견이 이렇게 분분히 갈리는지. 왜 내가 배운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한강 작가께 감사드린다. 그의 수상으로 우리는 제대로 된 광주 민주화 항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숨겨져 있던 것들까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렇지 않을까, 라고 추측만 했던 것들이 소설에서 현실로 쏟아져 나온다. 에이, 설마 했던 것들마저도. 내가 몰랐던 그들의 삶이 쏟아진다. 나는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감히 눈물을 흘릴 자격이나 될까 싶어서.


광주 민주화 항쟁보다는 그 뒤의 삶을 조명한 것이 내겐 더 와닿았다. 왜냐하면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길 테니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을 테니까. 그리하여 작가가 보여준 그들의 삶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라, 눈을 감고 모른 체하고 싶어졌다.


"당신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남은 자들의 삶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장례식을 치를 수조차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가족들과, 또 연을 맺은 수많은 사람들은 죽은 자를 떠나보낼 수 없었다. 그건 국가의 횡포고, 폭력이고, 강압이고, 압제였다. 주변의 외면과 손가락질 사이에서 그들의 삶은 장례식처럼 흘러간다. 그래, 작가가 말했듯이. 민주화 항쟁의 피해자 중 10%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유. 그 가운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감히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매도하고 모욕하던.


어찌보면 무지는 범죄일지도 모른다. 나는 무지를 부끄러워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이 책은 우리의 무지를 향해 손가락질한다. 너희의 무지가, 너희의 외면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내가 감히 이 책을 읽고 울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례식과 같던 그들의 삶에 우리는 감히 비난의 딱지를 붙였던 것이다.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 그 시기를 오롯이 버틴 사람들에게 우리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우리는 광주에 많은 것을 빚졌다. 민주화와, 그 상처들에 대한 왜곡, 그리고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에 이르기까지. 광주의 역사는 우리 나라 현대사의 비극이며 상처다. 인터넷에는 여전히 그 상처를 후벼파고 짓이기며 덧내려는 이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실을 알리고, 역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희생자가, 진실을 왜곡당하며 살아온 삶을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책을 읽어도 그렇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진실을 알아갈 것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희생자에게 올바른 장례식을 치루어드려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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