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 브랜드 콘셉트는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누구나 한 번쯤 사 먹을 수 있는 가격대의 최상의 재료를 쓴 건강한 버거였다. 그래서 한산한 고급 주택 지역보다는 유동 인구가 높은 곳에 주로 입점했고, 매장 안에는 다양한 구매력을 지닌 고객들이 버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했다.
고객을 세분화하는 방법으로 아주 단순하게는 인구통계학적 방법이 있다. 전통적인 고객 세분화 방식으로 성별, 나이, 거주지역, 수입, 교육 수준 등으로 구분한다. 요즘은 라이프스타일이나 구매 동기 등으로 고객을 세밀하게 구분한다. 초세분화되고 있는 고객의 입맛에 맞춰 타깃층 또한 잘게 나누고 쪼개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마케팅 깔때기’라고 불리는 ‘마케팅 퍼넬 (funnel) ’은 고객의 구매 과정과 브랜드의 성장 단계를 보여주는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론 중 하나다. 마케터라면 잘 알고 있는 용어일 것이다. 마케팅 깔때기에서 어느 단계에 자신들의 고객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마케팅 깔때기는 브랜드를 인지하는 단계, 구매를 고려하는 단계, 구매 결정을 내리고 구매를 실행하는 단계, 반복 구매하는 단계 이렇게 5~6단계로 구분한다. 하여 초반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제품 사용 후기, 리뷰 및 각종 설득력 있는 영상 자료 등으로 바이럴을 일으키는 것이다.
과거 비교적 단순하고 브랜드에서 고객으로 흐르는 수직적인 구매 여정의 이론이 진화해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로 소비자 구매 과정을 설명한다. 켈리 문니의 책 《오픈 브랜드 (Open Brand) 》에서 밝힌 고객 구매 고객 여정은 위의 그림과 같이 물고기 형태로 변화했다고 한다.
쉐이크쉑 한국의 경우 초반에 우리가 잡았던 고객 구분은 다음과 같았다. 물론 브랜드 론칭 초반과 이후에는 당연히 고객층 구분이 달라질 것을 염두에 두었다. 1차 도달 고객은 쉑팬 (Shack Fan)이었다. 쉑팬은 쉐이크쉑의 팬층을 일컫는 자체 용어다. 쉑팬은 해외에서 이미 쉐이크쉑을 경험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아직 직접 먹어보진 못했지만 브랜드 철학이나 가치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국내 오픈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소구 대상은 국내의 모든 미디어였다. 미디어마다 다루는 내용과 선호하는 기사의 톤, 보도사진 스타일, 마감 일정 등이 다르므로 최대한 잘게 세분화하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야했다. 그리고 미디어 관계자는 스스로가 강력한 인플루언서이자 핵심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주요 고객층으로 잡았다.
셀럽, 미디어, 인플루언서, 트렌드세터, 오피니언 리더, 얼리어댑터의 공통적인 속성은 파급력이 크다는 점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해야 하는 마케터의 첫 시작 질문은 1차 집중 공략 대상이 어떤 집단이고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먼저 정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와 동일한 무게로 잡은 고객층이 바로 ‘SNS 트리거(Trigger) ’ 그룹이었다. 트리거라는 표현은 필자가 내부 보고를 위해 규정한 용어로, 방아쇠를 당긴다는 뜻에서 따와 트리거 집단으로 표현했다. 이 집단은 구매 방아쇠를 당기는 실질적인 고객 오피니언 리더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소화하며 개인 SNS에 새로운 콘텐츠를 쏟아내는 고객층이다.
SNS 트리거 그룹은 유행에 민감하게 움직이며 SNS에서 실질적인 정보를 소비하고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20~30대 잠재 고객들이었다. 실제로 오픈 당일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메뉴를 맛본 후 인스타 그램을 비롯해 여러 SNS에 게시글을 올렸고, 브랜드 경험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거나 자신의 채널에서 방송하기도 하는 등 트리거 그룹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렇게 세 축의 강력한 고객층은 메인 고객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쉐이크쉑 고객이 확장될 수 있었다.
스노브에서 밴드웨건이 되기까지
난 남들과 좀 달라! 촉이 예민한 스노브
재화가 흔하지 않고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을 때 오히려 구매 수요가 올라가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런 희소성 가치를 추구하는 현상을 일컬어 ‘스노브 효과’라고 한다. 마케팅 용어 중 하나인 스노브는 ‘속물
(snob) ’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다. 과거 영국에서 귀족이 아니면서 귀족인 체하는 속물을 뜻했던 말로, 현대 마케팅에서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려고 값비싼 의상을 입는 등 자기 과시적인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고가의 제품이나 구매가 까다로운 희소성 아이템에 대해 열광한다.
요즘 이게 유행이라든데? 밴드웨건의 심리
이들은 의도하지 않게 얼리어댑터가 되어 유행을 만들다 대세가 되는 순간 흥미를 잃고 다른 희소성 대상으로 옮겨가는 특징이 있다. 스노브 고객층의 더듬이 방향을 잘 보면 미래 트렌드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식당에 긴 줄이 늘어서면 괜히 궁금해지고 나도 한번 가서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밴드웨건 효과는 예전 서부개척 시대에 흥이 나는 음악을 연주하며 마차를 끌고 가면 사람들이 뒤따라가던 모습처럼 유행을 따라 넓게 퍼져가는 대중 심리를 일컫는다. 지난겨울 유행한 롱 패딩 열풍이나 몇 년 전 품귀현상을 빚었던 허니버터 칩 사례도 대표적인 밴드웨건 효과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종착지가 바로 이 단계다. 스노브나 헤도니스트를 시작으로 사회적 보편적 가치,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 폭넓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프리미엄 브랜드는 성공한 것이다.
전날부터 줄 서서 기다린 첫 번째 손님
리본 커팅식을 마치자마자 나는 첫 번째 손님을 찾아갔다. 이미 줄을 서서 대기하는 동안 몇몇 매체에서 첫 번째 고객을 인터뷰하고 취재한 뒤였는데, 감사 선물을 보내드리기 위해 주소를 물어보고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물어보았다. 고마운 마음과 궁금한 마음이었다.
전날 밤 10시부터 줄을 섰다는 그는 경상북도 영천에서 올라온 당시 고등학교 3학년 남자 학생이었다. 언론에서 접해온 쉐이크쉑이 어떤 맛인지 궁금했고 제일 먼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날 올라와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한다. 혼자 왔기 때문에 대신 줄을 번갈아 서줄 사람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동안 <탐나는 프리미엄 마케팅> 매거진 연재를 통해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글은 제 브런치에서 계속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 모두 쉼이 있고 의미 있는 추석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최연미 드림
scandil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