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기심으로 악화된 거라면 작은 실천이라도..
비가 내린다.
예고된 비.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속도와 무게로.
강물은 넘치고,
도로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는다.
뉴스는 “기상이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모두 알고 있다.
이건 ‘이변’이 아니라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재난이라는 걸.
고작 삼일 정도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가뭄과 폭염, 폭우와 산사태는 우리가 외면한 시간들이 만든 자연의 반응,
혹은 경고일지도 모른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문제고,
아직 어린 딸을 비롯한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무거운 숙제이자 짐이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그런 날의 감정은 선명하거나 따뜻하지 않다.
오늘 내 마음의 색은 슬레이트 그레이.
짙은 회색과 푸른빛이 섞인,
무겁고 차분하지만 어딘가 서늘한 감정의 색.
슬레이트 그레이는 ‘우울함과 책임감’이 뒤섞인 색이다.
회피하고 싶지만 눈 돌릴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곱씹을 때 떠오르는 색.
우리가 지나온 선택들은 결국 날씨로 돌아온다.
(때론 접하지 못한 신종 전염병으로..)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생산,
속도와 편리함을 향한 욕망의 끝은 결국 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
그러나 색이 짙다고, 감정이 무겁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슬레이트 그레이는 밤하늘의 색이기도 하다.
어두운 하늘 아래서도 별은 빛나고,
어느새 빗줄기는 잦아들고,
흙냄새와 함께 다시 피어나는 생명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질문을 비가 내릴 때마다 다시 떠올린다.
멈추지 않는 비는 어쩌면
자연이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르니까.
나하나의 작은 실천이 미세한 움직임일지라도
나부터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