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새싹이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평일은 유난히 길었다.
퇴근하면 녹초가 되어버리는 하루가 계속됐고,
집에 와서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씻기고 나면
집은 제대로 정리도 못한 채 하루가 다 지났다.
집안일은 미뤄두고, 졸음을 억지로 몰아내며 책이라도 읽으려면 딸이 동화책을 가져와서 함께 읽다가 한 권을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같이 잠이 든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나를 돌볼 시간이 없던 어제를 보낸 탓에 나의 어깨는 굳어있고, 마음은 묵직했다.
그러다 맞이한 주말 아침.
무의식 중에 일찍 일어나는 평일의 습관 덕에,
알람이 없어도 눈이 떠졌다.
햇빛이 창가로 스며들어 눈이 부셨다.
여전히 새근 자고 있는 딸의 볼에 입을 맞추고 평일과 다른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참 동안 아이를 안고 뒹굴거렸다.
잠이 온전히 깨지 않는 상태의 몸을 이끌고 주방으로 가서 빵순이답게 빵을 먹으며, 커피를 마셨다.
매일 마시는 모닝커피지만
유난히도 천천히 향을 느끼며 마신 첫 모금,
그 순간 불현듯 든 생각.
‘회복이란 건 거창한 게 아니구나.’
지쳐버린 날들에 대한 보상처럼 찾아오는
극적인 순간을 기다렸는데,
사실 회복은 아주 작고 느리게 스며드는 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묵직했던 가슴이 조금 가벼워지고,
그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걸로 충분할지도.
사는 건 반복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 아주 미세한 틈이 생기는 날이 있다.
그 틈으로 공기가 들어오고, 숨이 쉬어지고, 생각이 돌아온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다시 월요일이 오겠지만, 오늘만큼은
“아, 이 감정이 살아 있다는 증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오늘은 아주 연한 풀잎색 같은 하루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 생명이 있는 색.
지금 나는 그 색을 따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