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수 있는데, 마음이 쉬질 않는다

페일그레이의 주말 아침

by Scarlett Jang

오늘은 토요일이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

알람도 없고, 서두를 일도 없고, 누구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여전히 일을 하는 중이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 어제의 말이 다시 떠오르고

무거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쉴 수 있는데, 마음이 쉬질 않는다.

주중에 달고 살던 무표정이 아직 내 얼굴에 남아 있고, 눈꺼풀은 여전히 무거운데 생각은 바쁘게 움직인다.


“그만해도 돼, 오늘은.”

나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여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또 “그런다고 일이 사라지나?” 하고 비웃는다.


누가 내 감정의 색을 물어본다면

오늘은 ‘페일그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채도도 없고, 명확하지도 않은 흐릿한 색.

기분이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고,

단지 ‘어디에도 닿지 않는 감정’ 같은 것.


사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창밖에 나무가 흔들리는 것도,

아이의 말소리도,

커피가 끓는 소리도

모두 내 감정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페일그레이도

언젠가는 옅어지고

아주 작게나마 빛이 들어오겠지.


그래서 지금은,

그저 이 색 속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억지로 웃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나를 쉬게 하기로.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요즘에서야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