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언어를 조금씩 알아가는 작은 존재.

이제는 조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by 과커콜라
우리는 하늘을 자주 잊고 산다.

출근길엔 스마트폰 화면을 보느라, 퇴근길엔 도로 위 신호등만 본다.

비가 와도 그저 우산을 펴고 고개를 숙인 채 걷는다.

물론, 우산을 쓰면 하늘을 보는 게 쉽지 않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점점 특별한 일이 되었다.

달이 떴는지, 오늘 해가 지는 시간은 언젠지,

비가 언제 오는지, 날씨는 더운지 추운지,

그저 날씨 앱 알림 하나로 대체된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위를 지나가는 거대한 변화와 메시지를 그냥 흘려보낸다.

마치 하늘은 '배경'일 뿐이라는 듯이.


그런데 알고 보면,

하늘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무심했던 적이 없다.

매일 달라지는 구름의 결은 지구 대기 흐름의 기록이고.

태양 빛은 과거로부터 오는 말이며,

지구 또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모든 것이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 지구는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알려주는 언어였다.


그저 우리가 보지 않았을 뿐이다.

하늘은 과학으로 가득 차 있다.

동시에, 그 과학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 가까이 닿아 있다.

이 연재를 쓰는 내내 그걸 느꼈다.

그리고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과학은 어렵다.

심지어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 내가 하는 일, 함께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생각 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늘이 뭐라고 말하는지

조금은 알았으면 했다.


달은 그저 밤하늘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조명이 아니라 달은 지구를 공전하며 늘 같은 얼굴을 보여주는 한결같은 존재였고, 그 얼굴은 지구와 태양 그리고 우리의 위치에 따라 매일 다르게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삭과 망 사이에서 하늘의 주기를 읽는 달의 언어를 배웠다.


비는 그저 기분을 가라앉히는 날씨가 아니었다. 고기압과 저기압이 서로를 밀어내며 만든 타협점, 장마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눈앞에 흐르던 구름은 수증기의 상승, 냉각, 응결이라는 정확한 물리적 조건에 따라 한 방울의 빗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이렇게 비의 언어를 배웠다.


그뿐만일까, 우리는 태풍이 커다란 재난이 아니라 지구가 열을 조절하기 위해 내쉬는 숨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위협적인 존재였던 태풍조차 지구 입장에서 보면 열의 과잉을 풀어내는 생리작용이었다.

폭염은 밑으로 가열하고, 위로는 뚜껑을 닫고 있는 주범인 것을 알게 됐고, 그 덮개는 기단과 기압의 상태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즉 열돔이라는 말 하나로 그 답답한 여름 하늘의 언어를 배웠다.


천둥과 번개는 하늘이 욱해서 치는 것이 아니라 구름 속 정전기가 한계에 달했을 때 벌어지는 방전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 번개가 만든 수만 도의 열에 공기가 놀라 팽창하면서 생기는 충격파, 그게 우리가 듣는 '우르르 쾅쾅'이라는 소리였다. 무서운 천둥, 번개 역시 하늘의 언어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하늘에 떠 있는 저 태양은 8분 20초 전의 태양이다. 태양 빛은 1억 5천만 킬로미터를 날아와 우리 눈에 도달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태양을 본다는 것이 꽤나 어색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는 태양이 우리에게 "모든 연결에는 시간차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우리의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한 말이 누군가에게 도달해서 의미가 되는 데엔 시간이 필요하고, 감정도 즉시 통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스며들기도 하는 법이니까. 이렇게 태양의 언어도 조금 알게 됐다.


다운로드 (2).jpg 1990년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카메라를 돌려서 찍은 '지구' /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1977년 8월 20일, 1977년 9월 5일 각각 보이저 2호와 1호를 하늘 너머 우주로 날려 보냈다. 태양계 외곽을 탐사하고, 은하계로 긴 여행을 하기 위해서.


1990년에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에 그 연구에 함께 참여했던 '칼 세이건'이 NASA(미항공우주국)에 "지구를 한 번 뒤돌아서 찍어달라"라고 제안을 했다. 그 당시 연구원들은 "절대 안 돼! 카메라 돌렸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할 거야!"라고 말하며 제안을 거절했지만, 칼 세이건의 제안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래서 약 600,000,000km 떨어진 거리에서 태양 근처를 향해 카메라를 돌려서 찍게 된다.


칼 세이건은 저 화면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거기, 그 안에 있는 모든 이가 존재한다. 당신이 사랑한 사람, 당신이 아는 사람, 당신이 들어본 모든 인간 존재가 그 점 위에서 살았다.

지구는 거대한 우주 속의 아주 작은 무대다. 우리의 모든 전쟁, 갈등, 영웅과 악당의 이야기, 이 모든 것이 단지 작은 먼지 위의 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창백한 푸른 점은 우리가 가진 유일한 고향이다.

하늘을 읽다.

하늘의 언어를 읽다.

하늘의 마음을 알아가다.

조금 더 알아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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