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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구루 Nov 27. 2023

우리 게임할까? (보고 싶었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경험했고 성숙한 여자, 그러나 아직은 어설픈 여자]

난 사랑에 환상 같은 거 없어요.

 선영은 솔직하지 못하다. 본심을 꺼내고 싶을 때, 취한 척을 한다. 재훈한테 뽀뽀하고 싶을 때, 재훈에게 딱하다고 말하고 싶을 때, 헛소문으로 자신을 그만두게 했던 사람들을 응징하고 싶을 때, 그녀는 취한 척을 한다. 왤까? 취하면 취했다고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컷

 그렇다면 왜 선영은 본심을 말하고 싶을 때 취했다는 핑계를 대려고 할까? 그녀는 상처가 많다. 전 직장 안의 루머, 전남친의 바람. 선영은 이제 상처받고 싶지 않다. 상처 안 받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한마디로 쿨한 사람. 나에 대해 뭐라고 짓거리든 그래~하고 받아칠 수 있는 사람.

실제로 선영의 사회생활은 아주 능수능란하다. 불쾌한 상황을 잘 대처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왈가왈부를 그냥 받아칠 수 없다. 그래서 취한 척 본심을 말하는 것이다.


[경험하고 있는 남자, 그리고 성숙해지고 있는 남자]

넌 진심으로 누굴 좋아해 본 적 없지?

 재훈은 너무 솔직하다. 거짓말이 티가 난다. 기억이 안 나면 정말 기억이 안 난 티가 나고, 기억을 숨기려면 숨긴 티가 난다. 선영의 표현이 굽이굽이 곡선이라면 재훈은 완전 고속도로, 직선이다.

 그런 재훈이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잊는 것 밖에 없다. 너무 솔직해서 일할 때도 본인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니까. 그래서 술을 마신다. 일단 잊으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는 단점이 있다. 바로 진상 같은 주사. 술은 기억을 잊게 만들기도 하지만 안 그래도 솔직한 재훈을 더 솔직하게 만든다. 그래서 연락을 한다. 파혼한 애인에게, 나에게 관심 있는 것 같은 여자에게 외롭다고 고백한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컷

[소문과 진실]

 영화 안에서는 많은 소문이 들린다. 파혼한 남자, 맞바람핀 여자, 꼬리 친 여자, 게이, 와이프한테 맞고 사는 남자... 진실이 무엇일까.

 시청자인 우리는 단지 주인공 남녀의 진실을 안다. 그저 파혼한 남자가 아닌, 파혼한 사정이 있는 재훈, 그저 꼬리 친 여자가 아닌, 오해로 인해 힘들어했던 선영. 우리는 둘의 이름과 과거, 현재를 안다.

 우리는 그들이 소문으로 괴로워했다는 사실도 알지만, 영화 속 조연들에 관한 소문을 들을 때, 순간적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관찰하고 ‘정말일까?’하는 생각과 판단을 하게 된다. 이 순간 진실은 잠시 필요 없는 것이 된다. 이런 시청자의 모습 또한 영화의 의도 아니었을까?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


[오늘의 질문]

선영과 재훈이 서로에게 빠지게 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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