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승겸이가 학교에서 넘어져 흔들리던 윗니 두 개가 한꺼번에 빠져 버렸다. 이미 윗니 하나가 빠져있는 상태에서 두 개가 더 빠지는 바람에 완전히 ‘앞니 빠진 중강새’가 되었다. 아이의 이갈이가 시작되니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이빨과 문고리에 실을 묶어 놓고 문을 쾅 닫아 이를 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아버지는 못을 뽑는 뻰찌로 아이들의 이를 뽑아 주셨다. 유난히 겁이 많았던 셋째 동생은 아버지가 연장통에 뻰찌를 가지러 가는 사이에 번번이 도망을 갔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몰래 집으로 들어오곤 해서 지금도 덧니가 들쭉날쭉하다.
처음 승겸이 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를 빼는 과정이 두렵지 않은 좋은 경험으로 남게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첫 이는 내 손으로 빼주고 함께 지붕에 이를 던져 봐야겠다 싶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 이가 흔들리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유튜브 검색을 했다. 한 손으로 이에 묶은 실을 잡고 한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면서 동시에 실을 잡아 당기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흔들리는 이빨에 실을 묶을 때부터 손이 떨리면서 긴장이 되더니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이가 쉽게 빠지질 않았다. 결국 이마만 몇 대 얻어맞은 아이는 울면서 이를 안 뽑겠다고 버티고 나도 영 자신이 없어져서 포기를 하고 말았다.
승겸이와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치과에 가면 유치를 예쁜 치아 모양의 보관통에 넣어 목걸이로 만들어 아이에게 걸어준다고 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플라스틱이나 유리, 나무 등으로 만든 다양한 유치 보관함들이 팔리고 있었는데 일본의 장인이 오동나무를 하나하나 파서 만들었다는 비싼 수제 보관함도 있었다. 아파트 생활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이를 던질 지붕이 없으니 다들 그렇게 유치를 보관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너무 늦어지면 덧니가 나지 않을까 싶어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치과로 갔다. 그러나 치과 의자에 누울 때부터 겁을 먹은 아이는 뻰찌나 다름없어 보이는 도구가 입에 들어오자 울음을 터트리더니 솜을 물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부터는 절대로 치과에서 이를 안 빼겠다고 다짐을 했다. 사실 이를 잘 빼는 요령은 너무나 간단했다. 많이 흔들릴 때를 기다려 실을 묶었더니 별 힘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빠져 버리는 게 아닌가.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니 어려웠던 것이다.
치과에서 챙겨온 이를 들고 아이와 마당으로 나갔다.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와, 까치가 지붕에서 내 이빨을 어디로 물고 가는 거야? ”
“음...., 저기 저 산 너머에 까치만 아는 곳이 있을 거 같은데”
“그럼 거기서 새 이빨 가져다 내 입속에 심어 주는 거야?”
“어...., 그렇지, 거기서 새 이빨 씨를 물고 와서 승겸이 잘 때 몰래 잇몸 속에 심어 놓으면 점점 자라서 어른 이가 되는 거지”
가끔 지붕을 쳐다보며 이빨을 물고 날아간 까치의 향방을 엄마에게 물어보던 아이는 이제 조금 더 자라 이가 빠질 때마다 지붕에 던지는 놀이를 하며 즐거워한다. 이빨 보관함을 안 사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