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읽고걷는 최선화 Jan 30. 2023

나무의 시선, 우리의 시선 ㅡ 은행나무들

식물의 재발견  ㅡ 식물일기

23년 1월 27일

날씨 ㅡ 영하 7도 바람이 부니  많이 춥다


공원에 운동을 가면 나무들을 자세히 본다. 오늘은 겨울눈이 얼마만큼 자랐을까? 수피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연신 눈을 굴린다. 그러다 문득 나무가 바라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보았다.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자신들을 쳐다봐 주는 사람? 자신들의 겨울눈을 찍어보겠다고 초점을 맞추면서 연신 핸드폰 셔터를 누르는 사람? 가끔 작은 목소리로 ‘힘내’ 라고 말하거나 ‘이쁘다’고 해 주고 실실 웃음을 쪼개는 사람?


 오늘은 세 그루의 은행나무를 카메라에 담았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앞 광역버스정류장 은행나무, 서울정부종합청사 앞 은행나무 그리고 글  쓰는 벗들과 만나는 카페 일일호일 앞의 은행나무이다. 세 나무 모두 가로수로 심어진 조경수이다. 그러다  보니 그 나무들이 주로 보는 건 자동차들이고 밤낮없이 자동차 소음에 시달릴 듯하다. 하지만 또 다른 것들도 이들과 함께 하지 않을까?


먼저, 수원월드컵경기장 앞 은행나무는 운동하는 사람들과 함성소리에 익숙할 듯싶다.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조성된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한밤까지 나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던 일상 속에서 축구나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면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나무도 함께 들썩일 것 같다. 3월이 되면 길 건너편 중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 모습도 보게 된다.


광화문 건너편 서울정부종합청사 앞 은행나무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나 구호소리가 익숙할 것 같다. 요즘 광화문광장이 새 단장을 해서 시위 인파가 많지 않지만 오늘도 1인 시위로 서 있는 사람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런 소리를 매일 들어야 하는 은행나무는 어떤 생각을 할까? 혹 꿈속에서도 누군가 하소연을 하거나 구호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잠은 잘 수 있을까?


건강카페 일일호일 앞 은행나무는 다른 두 은행나무보다는 교통량이 적은 길에 있다. 차가 비교적 적게 다니는 밤이 되면 카페 담을 따라 심어져 있는 대나무가 내는 댓바람 소리도 간혹 들리고, 카페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가 자라는 소리도 들을 것이다. 낮에는 한복을 입고 서촌을 구경 가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소리와 웃음소리도 간간이 들리겠다.


조경수는 스스로 설 곳을 선택하지 못한다. 그곳에서 평생을 보낸다면 보고 듣는 것이 대부분 같다. 그런 나무를 보고 안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시선이다. 그 나무들은 각자의 자리에 적응하며 계절에 맞추어 겨울눈을 키우고 거기에서 새순이 돋게 하고 그 잎을 자라게 하며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때가 되면 낙엽을 만든다. 그렇게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각기 다른 곳에 서 있는 은행나무를 보면서 ‘시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음에서 나온다. 그걸 보며 측은지심을 느끼기도 하고, 불편함이 생기기도 하고 행복감을 만끽하기도 한다. 시선에 대한 정답은 없다. 내가 느끼는 대로 보고 표현하면 된다. 어떤 사물이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면 한 번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 사물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 사물이 사고를 한다면 나를 어떤 식으로 생각할지 한 번쯤 되새겨 본다면 생각이 조금은 바뀐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앞 /  서울정부종합청사 앞

카페 일일호일 앞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