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꽃이 예뻐도 집에 들이지 않는 식물이 있다. 그건 우리 집에서 살 수 없는 반려식물이다. 동족이 한 번쯤 우리 집에서 장렬히 최후를 맞았거나 그럴 것 같은 꽃식물은 사고 싶어도 마당 있는 꿈 꾸며 꾸욱 참는다. 중급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식물 집사의 작은 철칙이다.
햇수로 5년 전에 이사 온 지금의 아파트는 동향에 확장형 거실구조이다. 아침 해가 짧게 들고 낮시간에는 해를 보기 쉽지 않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확장형이라 식물 물 주기와 통풍이 쉽지 않다. 식물을 기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햇빛, 물, 바람이라면 우리 집은 그중 두 개가 마이너스이다.
그나마 오전에 비치는 해 덕분에 햇빛은 큰 문제가 없으나 통풍이 문제다. 환기가 쉽지 않으니 우리 집에 와서 짧게 수명을 다하고 떠나는 식물들이 있다. 허브종류와 수국등이다. 허브는 성공해 본 적이 없고, 수국은 아예 들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2주 전 친한 언니가 수국 화분을 선물했다.
수국은 게으르고 바쁜 식물집사에게 최악의(?) 선물이다. 실내에서 수시로 물을 공급해 주고 통풍을 해 주지 않으면 꽃이 시들고 잎이 누렇게 변한다. 며칠 전 아침 수국이 그랬다. 손이 참 많이 가는 식물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 물을 주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수국이 얼마나 우리 집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국, 너를 들이는 게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