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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Mar 08. 2023

양산 통도사에 홍매화만 있는게 아니다.

식물의 재발견ㅡ 식물일기 23.3.4 (토)

날씨 :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 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속담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볕 좋은 곳에 앉았더니 얼굴이 탔다.


지난 주말 양산 통도사에 다녀왔다. 결혼 26주년 여행길을 부산으로 잡았는데 양산 통도사 홍매화 소식이 들려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진분홍 홍매화가 봄햇살 아래 활짝 피고 있었다.


그런데 통도사에는 홍매화만 있는 게 아니었다. 무풍한솔길을 걸어서 절이 보이는 길까지 가면 가장 먼저 노란 수선화가 방문객들을 반겼다. "사랑을 다시 한번"이라는 꽃말이 26주년 결혼기념일 여행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문화유산 표지석 앞 수선화 옆에는 앵초꽃도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앵초꽃보다 표지석 왼쪽에 있는 앵초꽃이 더 눈이 간 건 시든 잎 사이로 꽃을 피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애들을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더 애잔하고 "힘"을 주고 싶다.


능수매화 아래에는 씀바귀도 함께 봄볕을 쬐고 있었다. 사람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자라나다 잡초로 분류되어 뽑힐까 걱정스러웠다.


홍매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화단에서 아직 봉오리상태인 수선화를 발견하곤 '예쁘게 피어라.' 속말을 해 주었다. 날이 좋았으니 이번 주 가는 누군가는 꽃으로 변한 수선화 봉오리를 만날 수도 있으리라.


수선화에서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할미꽃이 있었다. 봄비 맞고 쑥쑥 자란 장신(長身)의 할미꽃이 아니라 단신의 할미꽃이었다. 계곡물이 많지 않은 걸 보니 지난겨울 양산에는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었나 보다. 양산에도 봄비가 내리길...


할미꽃을 뒤로하고 화단에서 봄꽃 찾기 놀이를 계속했다. 자세히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연보랏빛 봄까치꽃과 노란 꽃다지를 찾았다. 그토록 보고 싶던 홍매화를 보았을 때만큼 반가웠다.


통도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곳곳에 숨어있는 봄꽃 보물들이 만나보시길....


노란 수선화 안녕~

세계문화유산 표지석 아래 봄꽃들.. 통도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봄꽃이다.

하얀 앵초꽃... 월동을 했는지 죽은 이파리들 사이에서 꽃을 먼저 피운다. 힘내라~~

능수매화.. 벌들이 바쁘다.

씀바귀... 너도 잘 살아남아라..

홍매화... 사람들이 너를 보러 온단다... 잘 자라렴..

꽃봉오리 수선화

단신의 할미꽃..

봄까치꽃

노란 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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