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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May 20. 2023

우리는 지금 어떤 식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식물의 재발견 - 식물일기

23. 5. 20. (토)


우리의 시작은 "프리지어꽃"였지요. 노란 프리지어꽃처럼 화사했던 우리의 만남을 기억합니다. 큰 키의 남자가 좋다던 내가 작은 키의 당신에게 끌렸던 건 맑은 눈때문었어요. 그때의  당신은 싱그러운 화사함이 있었어요.  프리지어의 꽃말처럼 우리의 첫 만남은  "천진난만"했었지요


우리의 만 3년의 연애는 "장미"같았어요. 열정이라는  말을 가진  화려한 장미에겐 가시가 있지요. 한 번 찔리면 손가락 끝에 피가 맺히기도 하는 뾰족한 가시를 서로에게 내보이기도 했었어요. 우리의 장미는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열매를 맺었지요.


그 후 26년 동안 우린 어떤 식물로 서로에게 머물렀을까요?

문득 덩굴식물이 생각납니다. "담쟁이덩굴"이나 "능소화덩굴"처럼 서로 얽혀가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담쟁이 꽃말처럼 '희망'을 가지고, 능소화 꽃말처럼 '기다림'을 가지고 말입니다. 그 희망과 기다림에 때론 상처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우리에게 "연리지나무"처럼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사철나무"라고 생각해요. 사철나무의 꽃말처럼 큰 "변화 없이" 살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사철나무에게도 사계절이 있어 새 순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잎이 굳건해져서 겨울을 나듯이 우리도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큰 변화 없는 일상에 감사하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식물로 나이 들어갈지 궁금해집니다.


당신, 우리는 어떤 식물로 나이 들어가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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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서 "당신"에게 보냈더니,  "오 역시 좋은 글이넴 "이라는 영혼을 듬뿍 들어있다고 믿고 싶은 답글이 왔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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