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읽고걷는 최선화 May 30. 2023

제비꽃 씨앗을 발견한 날 - 잠시 멈추어 들여다 보기

식물의 재발견 - 식물일기

23. 5. 29. (월)

오랜만에 지인과 딜쿠샤를 다녀왔습니다. 출입문이 옆문에서 정문으로 바뀌어 있어서 한참 사진을 찍었습니다. 복원한 문화재가 제 모습을 찾아가는 듯해서 보기 좋았습니다. 딜쿠샤 옆 오래된 은행나무도 연 이틀 내린 비로 초록을 더 짙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딜쿠샤를 나서는 데 차가 한 대 후진하길래 지인과 둘이 어느 집 담 옆으로 붙어 섰는데 발아래 풀 한 포기가 보였습니다. 풀과 눈을 마주치고 보니 제비꽃이었습니다. 그 제비꽃 열매가 꼬투리를 열고 씨앗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비꽃은 워낙 작은 식물이기도 하고 꽃이 지고 나면 제비꽃인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꽃이 지고 나서 열매가 꼬투리를 터뜨리고 씨앗을 보내는 장면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함께 간 지인도 제비꽃 씨앗은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작은 꼬투리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씨앗들을 보면서 아스팔트 틈새에 핀 제비꽃을 걱정해 봅니다. 떨어진 씨앗들은 제대로 발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발아가 생각보다 어려워 좁은 꼬투리에 이렇게 많은 씨앗이 들어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식물을 관찰하는 일도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몇 시간 후면 씨앗이 사라져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때 그 시간 차가 후진을 했고,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어서 제비꽃 씨앗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삶도 수많은 타이밍의 연속인 것처럼 식물을 보는 일도 그렇습니다.


아침에 본 나팔꽃과 봄까치꽃을 한낮에 만나면 조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답니다. 한낮의 그 꽃들은 꽃봉오리를 활짝 펴고 해를 맞습니다. 하룻밤 사이 낙화하는 꽃들도 있습니다. 식물을 관찰하는 일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관심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잠시 멈추어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지금 어떤 식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