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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Aug 07. 2023

 "호박이 암꽃 수꽃이 있다고?"

식물의 재발견 - 식물일기

23. 8. 4. (금)

엄마와 제방길을 걷고 돌아왔는데도 아직 아침 6시가 안 되었습니다. 안개 낀 산, 붉어진 하늘 사진을 찍으며 한가로운 아침을 보냈습니다. 친정집에서의 짧은 여름휴가 첫날입니다.

폭염이 찾아오기 전 아침은 벌들에게 분주한 시간인가 봅니다.  친정 집 입구 호박 덩굴에서 벌들이 바쁩니다. 다리 가득 꽃가루를 묻히면서 이 꽃 저 꽃을 옮겨 다닙니다. 매번 호박꽃 끝을 보다 이 날은 벌들을 따라 꽃 속으로 눈이 갔습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꽃 속에 삐죽 튀어나온 것이 다르게 생겼습니다. 어떤 건 가운데 하나만 삐죽 튀어나와 있고, 어떤 건 6갈래로 갈라진 씨앗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엄마께 여쭈었더니

"그래?" 하십니다. 60년 농부님도 모르시는 게 있나 봅니다.

검색을 해 보니 암술머리라 하는 사람도 있고 수술머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호박이 암꽃과 수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엄마, 엄마, 호박도 암꽃 수꽃이 있대요."

"호박이 암꽃 수꽃이 있다고? 나도 처음 알았다."

엄마가 많이 신기해합니다. 그게 울 엄마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 엄마가 또래보다 조금은 젊어 보이시는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박 안쪽 꽃머리가 나누어져 있으면 호박이 달려 있었습니다.  꽃머리가 나누어져 있는 호박의 꽃자루가 더 짧습니다. 암꽃인가 봅니다. 수꽃은 조금 더 길고 꽃머리가 하나입니다.


"엄마, 그럼 저 수꽃들은 따 버릴까요? 너무 많은데..."

농사의 생산성을 생각하는 작은 딸이 호박 수꽃들에게 횡포를 부리려고 할 때 엄마가 한 말씀하십니다.

"그냥 둬라. 그걸 왜 떼나."

엄마에게 호박의 생산성은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그냥 자연이 주는 대로 받겠다는 생각이십니다. 농부의 넉넉한 마음을 배우는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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