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꽃"의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가 얼어 죽어서 꽃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네요. 정채봉 작가의 동화 <오세암>이 생각납니다. 거기에서도 암자에서 스님을 기다리는 아이가 나와서 그런가 봅니다.
8월에 정선 만항재, 덕유산 향적봉, 그리고 인제 한석산 자락길에서 주황색 동자꽃을 만났습니다. 어쩌다 보니 주말마다 집을 나서서 걷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이 주황색 꽃이 잠시 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만항재 야생화 공원과 메타세콰이아 길에 심어져 있던 동자꽃은 그 진한 빛깔 덕분에 조금은 휑하던 그곳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습니다. 곧 보랏빛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겠지만 그전까지 가는 여름과 오는 가을을 맞이하는 꽃으로 피고 질 듯싶습니다.
만항재가 1330m, 덕유산 향적봉이 1614m. 덕유산 동자꽃이 조금 더 높은 곳에서 피고 있었네요. 곤돌라에서 내려 향적봉을 향해 오르다 보면 테크 옆에 동자꽃이 피어 있습니다. 큰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큰 나무들이 막아주는 바람을 맞으면서 피어납니다.
한석산자락길에서 만난 동자꽃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피어 있었습니다. 더위에 카메라에 담을 생각도 못 하고 눈인사만 건넸습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골바람에 무탈히 여름을 보내고 그렇게 꽃을 피워을 테지요.
동자꽃은 평지보다는 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꽃은 6~7월 사이에 핀다고 하지만 이 무렵 산에 가도 만날 수 있습니다. 8~9월에 강낭콩 모양의 열매가 열린다고 하는데 가능하면 이 또한 보고 싶네요. 씨로 자란다고 하니 길러 보고도 싶어요.
그런데 올여름 폭우와 폭염으로 혹한도 잘 견디던 청화쥐손이가 죽은 것 같습니다. 날이 점점 뜨거워지니 길러 보고 싶은 식물들을 쉬 들이지 못하겠습니다. 트레킹을 갔을 때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아서 돌아와야겠습니다. 어쩌면 숲 속 가장자리 그 자리에 있어서 동자꽃이 더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