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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공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식물의 재발견

by 읽고걷는 최선화

참새들이 소란스럽다. 한시도 한 곳에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한다. 나무 위에서 땅으로 내려앉아 모이를 찾다가 또 금방 날아오른다. 이쪽 나무에서 저쪽 나무로 날아가는 것도 순식간이다. 그들의 움직임을 계산하려면 초시계가 필요하다. 그들이 경망스러운 게 아니다. 작은 몸을 지키기 위한 삶의 방편이다.

겨울의 공원을 걷다 보면 시각보다 청각이 열린다. 겨울 공원에서 주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새소리이다. 공원에 살고 있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겨울에 더 크게 들리는 까닭은 아무래도 나무에 잎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나뭇잎에 가려지던 소리가 바로 전달되는 것인지 겨울 새들의 울음소리가 더 큰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겨울 공원에선 새소리가 더 잘 들린다.


잎 없이 겨울을 나고 있는 메타세콰이아나무와 목련나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봄이 오고 연둣빛 새순이 나오면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보려고 한다. 그때 겨울을 무사히 잘 넘겼음을 칭찬해 주고 싶다. 유난히 눈이 많은 겨울이다. 습설로 피해를 보는 나무들도 많다. 습설의 피해는 겨울에도 잎이 있는 늘 푸른 나무에 국한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겨울 가지치기를 당한(?) 나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가지치기의 이유가 습설로 나무가 부러졌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눈 피해가 없던 피라칸타나무도 가지가 잘린 것을 보면 미화의 목적도 있었던 것 같다. 공원에서 식물을 관찰하던 초기에는 가지치기를 당한 나무들을 보면서 속상했다. 하지만 개인 공간이 아닌 공공의 공간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들이 무탈하게 다음 계절을 맞이하길 기원할 뿐이다.

공원에서 봄을 기다릴 때 가장 먼저 찾아가는 나무가 산수유나무이다. 산수유나무 꽃봉오리 사이로 노란빛이 보이면 '봄이 오는구나.'하고 반가워했다. 한파에 봉오리가 꽉 다물어져 있다. 섣불리 봉오리를 열었다가 얼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 듯하다. 잘했다, 잘하고 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산수유나무 붉은 열매나 대왕참나무잎은 새들의 먹이와 보금자리가 되어줄 듯하다. 오늘처럼 한파가 이어지는 날에는 공원의 새들도 조금 더 맛있는 저녁을 먹고 따뜻한 공간에서 잠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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