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엔 꽃잎과 앙상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닌데

관심을 끌지 않는 것들에게 관심 주기

by 정 호

코로나가 우리 곁에 다가온 지 어느덧 1년. 멈춰버린 것만 같은 시간 속에서 여전히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끼는 나의 감각과는 무관하게 시간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며 유유히 흘러 차가운 겨울을 저만치 밀어내고 꽃피는 봄의 손을 잡고 창밖의 세상으로 데려다 놓았다.


작년 4월 즈음은 코로나라는 완전히 새로운 상황을 맞아 허둥대느라 예년과는 달리 도저히 꽃구경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하지만 1년이라는 세월 속에 다소 경각심이 무뎌진 탓일까, 갓 돌을 지난 아이가 이젠 두 돌이 지나 조금은 면역력이 생겼다고 믿고 싶어 졌을까? 집 안에만 틀어박혀 돌아다니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고, 긴긴 겨울이 자취를 감추며 사라지자 알록달록 색색의 만개하는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꽃잎, 그리고 앙상한 가지.


생명력이 넘치는 초록의 잎사귀를 펼쳐내고 있을 때의 나무는 가장 푸르고 왕성한 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지만 우리가 나무에 더 주의를 기울이며 바라보는 시간은 따로 있다. 우리가 나무에게 커다란 관심을 보이는 순간은, 오직 꽃이 피어 화사해 보이는 잠깐의 시절과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해진 나뭇가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때이다. 가장 빛나는 순간과 가장 초라한 시간에 우리는 나무에게 눈길을 준다.


하지만 나무의 생이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길고 긴 나무의 생을 바라보자면 꽃이 피고 앙상한 채로 머물러있는 시간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새순이 돋고 잎이 피어있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제자리에 우뚝 서서 보이지 않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을 나무의 시간을 우리는 그저 힐끔 쳐다보곤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오랜 시간 에너지를 비축해 두었다가 짧은 시간 동안 아름답게 꽃을 틔워낸다.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비련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듯, 짧고 화사한 것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다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도 나무는 여전히 한참 동안 자신의 생을 이어가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잎을 쭉쭉 뻗어내며 푸르름으로 우리 곁에 있던 나뭇잎을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었을 때 그제야 우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감상에 잠긴다.

앙상해졌구나, 기운이 없구나 하면서 나무에 자신을 비춰보기도 하고 인생을 비춰보기도 한다.


눈길을 잡아끄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항상 유념해 두어야 한다. 소리가 나지 않아도, 화려하거나 쓸쓸해 보이지 않아도 나무는 언제나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아이도 그러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