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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이의 떼 거부 고집을 다루다

미운 일곱 살 예방하기

by 정 호

요즘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들 가운데 육아책 한두 권쯤 안 읽어본 부모는 아마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아이라는 미지의 존재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둘도 없이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려운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유식은 어떻게 만들어 먹여야 하는지, 아플 때 나타나는 증상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울음소리로 그 속을 표현한다고 하니 울음소리마다 어떤 다른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 예방접종은 어떤 것들을 맞춰야 하는지, 나잇대별로 먹여서는 안 되는 음식은 뭐가 있는지, 낮잠은 얼마큼 재워야 하는지..


3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일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썩 재미난 일이라기보다는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백과사전식 도서를 몇 권 구비해두기도 했었다. 이런 일이 생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저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미리 고민하기보다 그때그때 찾아보며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좋게 본다면 부모의 걱정스러운 마음과 자녀를 잘 키워보겠다는 의욕이 만들어낸 준비된 부모의 모습일 수도 있을 테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불안에 매몰되어 그때그때 정해진 답안지에 의존하고자 했던 나약함의 발로라고 생각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무튼 백과사전식 육아서적은 분명 도움이 된다.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 것이 마음에 안정을 주고 머릿속에 모두 담아둘 수 없다고 할지라도 그때그때 찾아보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작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는 든든함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과사전의 문제점은 모든 것을 다루어야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주제에 대해 깊은, 혹은 충분한 설명이 부족할 때가 많더라는 것이다.


육아서 "아이의 떼, 거부, 고집을 다루다"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주제를 쉽고 실용적으로 다루어 낼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에 어떻게 적용시켜 아이의 떼 부림을 감소시켜 나갈 수 있는지 그림으로 설명해줌으로써 이해를 돕고 가뜩이나 육아에 지쳐 늘 시간에 쪼들리는 부모에게 쉽지만 충분한 안내를 제공하는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이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 1에서는 훈육을 해야 할지 존중을 해야 할지 헷갈릴 때 기준이 되어주는 3가지 거름망을 제시한다. 그 기준점은 다음과 같다. (1) 안전한가 (2)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가 (3) 기관에서 문제가 될 것인가.


안전하지 않다면 바로 훈육에 들어가야 한다. 안전하다면 존중을 위해 조금 지켜보다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인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훈육을 해야 한다. 안전하고 타인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 행동이라면 존중을 위해 지켜보다가 기관에 가서 문제가 되는 행동이라고 판단되면 훈육을 해야 한다. 이런 식이다. 3단계의 스탭을 통해 우리는 아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아이가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기를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길러주면서 적절한 훈육으로 아이가 살아갈 앞날에 문제가 될 성향과 행동을 줄여줄 수 있다.


나머지 챕터들도 비슷하다. 챕터 2에서는 여러 문제행동을 동시에 고치기 어려운 이유와 그 행동들 중 가장 먼저 고칠 수 있는 행동을 뽑아내는 기준점을 제시한다.


챕터 3에서는 챕터 1과 챕터 2에서 기준점으로 걸러낸 아이의 문제행동을 교정하고자 할 때 아이가 어느 단계까지 받아들이는지를 파악하여 내 아이에게 맞는 피드백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챕터 4에서는 훈육을 할 때 부모가 잊지 말아야 할 기준 3가지(표정, 명확한 메시지, 보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챕터 5에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실사례를 제시해 당장 자녀에게 적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육아 서적이었지만 크게 보면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할 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권의 생활지도와 관련된 책을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바쁘지만 아이의 떼 부림이 고민인 부모들이 가볍게 읽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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